2025년 12월 05일(금)

"대여보다 싸고 예뻐"... MZ 신부들, '직구 드레스'로 가성비 결혼 준비한다

치솟는 결혼 비용으로 인해 MZ세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웨딩드레스 구매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패키지 대신 해외 직구와 중고거래를 통해 합리적인 결혼 준비를 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유통업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올해 2·3분기 한국의 웨딩드레스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스드메플레이션(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결혼 관련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는 현재 3000여 종의 웨딩드레스가 등록되어 있으며, 최저가 제품은 4만원대부터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군은 6만~8만원대로, 직구 후기를 남긴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다", "사진보다 낫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웨딩 베일, 브라이덜 숄, 플라워 부케 등 결혼식 액세서리류의 거래도 활발합니다. 3분기 거래액은 직전 분기보다 40% 넘게 급증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중고거래 시장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웨딩드레스'를 검색한 횟수는 2023년보다 2024년에 15.8% 증가했고, 올해는 작년 대비 23.8% 더 늘어났습니다.


드레스뿐만 아니라 머리띠·왕관·면사포 등 결혼 소품 거래도 활성화되고 있으며, '1만원대 드레스', '무료 대여 나눔' 등 실용적 거래 게시물이 수백 건에 달합니다.


MZ세대 예비부부들은 결혼 준비의 핵심 가치를 '가성비'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고가 드레스를 대여하는 대신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입해 촬영이나 본식에 한 번 착용한 후, 중고마켓에서 되팔아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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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트렌드 전문가는 "요즘 MZ세대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한다"며 "결혼식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예전처럼 일생일대의 '호화 이벤트'가 아닌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합리적 소비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는 "'스드메플레이션'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전통적인 결혼 산업의 관행에 의문을 던지는 현상"이라며 "소비자들이 고비용 패키지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혼식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드레스가 결혼의 상징이자 '가문의 체면'이었다면, 지금은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도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셀프웨딩', '미니웨딩', '스몰웨딩' 등 규모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결혼식이 늘어나면서 드레스 역시 '저가·직구·중고'가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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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업계 관계자는 "드레스가 더 이상 사회적 과시의 도구가 아닌 개인적 선택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며 "결혼식이 '보여주기 행사'가 아닌 '자기 표현의 무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경제적 현실이 결혼 문화를 실용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앞으로 예식 산업 구조 자체가 '효율' 중심으로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당근마켓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예식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며 '결혼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과거 예식장·스튜디오·드레스샵 중심의 '패키지 시장'이 지배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이 직접 모든 요소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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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드레스 구매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글로벌 이커머스가 전통 웨딩산업의 공급망을 변화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됩니다.


중고 거래 활성화는 '순환소비'의 일환으로, 결혼식처럼 일회성 행사를 지속가능한 소비로 전환하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드메플레이션' 현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입니다. 웨딩드레스 가격 급등은 단순한 원자재 문제가 아닌 인건비·서비스료·임대료가 함께 상승한 결과이며, 소비자들은 이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혼 비용 상승은 웨딩드레스 하나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서비스 물가가 동시에 오른 구조적 현상"이라며 "소비자들이 대안을 찾는 건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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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예식 산업은 오랫동안 '가격 담합'과 '패키지 중심 구조'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었다"며 "직구·중고 플랫폼의 확산은 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소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방향이 달라졌다"며 "'가성비'와 '참여'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산업이 변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결혼이 더 이상 '인생 최대 이벤트'로서의 화려함보다는 '나답게 꾸미는 합리적 선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 벌의 드레스로 끝나던 시대를 넘어 소비자가 직접 고르고 되팔며 경험을 공유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SNS에는 '직구 웨딩드레스 후기'와 '셀프웨딩 브이로그'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스드메플레이션'은 단순한 결혼 물가 문제를 넘어 결혼을 둘러싼 세대의 가치관 변화, 산업의 재편, 소비문화의 진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