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이 회복되고, 주가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AI 치맥 회동'을 하면서 이 회장에 대한 호감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재계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지금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로 복귀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이재용 회장 / 뉴스1
가능성은 분명해졌습니다. 2022년 8월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이 해제됐고, 2025년 7월 17일 대법원이 합병·회계 사건 무죄를 확정하면서 핵심 사법 리스크가 정리됐기 때문입니다. 법적 장벽은 사실상 사라졌고, 절차만 남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오래 끌어온 이슈지만, 절차는 사실 간단합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올리고, 이사회가 결의해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받으면 됩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상법에 따라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구성상 공백이 없습니다. 보드 사이즈 조정 없이도 회장 복귀 안건을 올리는 데 제도적 걸림돌이 크지 않습니다.
타이밍은 복귀 명분을 더 굳혀주고 있습니다. 비상조직이던 '사업지원TF'를 상설 '사업지원실'로 전환하고, 수장이 박학규 사장으로 변화한 최근의 조직개편은 책임경영 체계의 정비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시그널이 나왔다"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구상과 실행 동력이 다시 한 축으로 묶이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방식이 현실적일까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임시주총을 열어 조기 선임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내년 3월 정기주총에 안건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사업지원실이 막 출범한 만큼, 이사회 의사결정과 현장 실행을 함께 정비해 제도와 실제 운영을 동시에 정상화하는 쪽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맥' 회동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다만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필요합니다. 실적 회복의 속도, 반도체 밸류체인 전략, 대규모 투자·M&A 일정과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설명이 뒤따라야 합니다.
시장과 산업의 기대는 명확합니다. 메모리 초격차 회복, 파운드리 경쟁력 재정립, 시스템 반도체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AI 투자에 맞춘 데이터센터·전력·공급망 의사결정까지 최고경영자의 책임 범위를 등기이사로 공식화하면, 의사결정의 속도와 일관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회사 구성원 및 외부 관계자 등 사업 이해관계자에게는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가 분명해지고, 대형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리스크 프라이싱도 쉬워집니다. 내외부 상황을 보면 복귀 명분은 충분해졌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아직인 듯 보입니다.
시장 관계자들은 복귀 그 자체보다, 복귀 이후 무엇이 입증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대체적으로 '네 가지'가 꼽힙니다.
첫째, 성과가 숫자로 보이는가 입니다. 돈을 넣은 만큼 이익이 꾸준히 남는지, 분기마다 현금이 잘 쌓이는지, 주주 수익이 좋아지는지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수 체계도 그 숫자와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하겠죠. 문제가 생기면 보수를 되돌리는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도 확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뉴스1
둘째, 이사회 독립성의 실효성입니다. 형식적 과반이 아니라, 투자심의·리스크·감사위원회의 정보 접근성, 업(業) 특화 자문 활용, 주요 안건의 표결 결과와 찬반 사유 기록 등으로 실질적 견제·자문이 작동하는지가 입증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룹니다.
셋째, 거버넌스·준법의 일상화입니다. 사건 국면이 아닌 평시에도 내부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해외 법인 제재·중대 사고·내부제보의 적시 보고와 이해상충 심사의 독립성이 확보되는지가 데이터로 확인돼야 합니다.
넷째, 조직개편과 복귀의 연결고리입니다. 사업지원실의 전략·경영진단·피플 3축이 '집행은 빠르게, 점검은 독립적으로' 분리돼 있는지, 대규모 투자에 대한 단계별 심의와 사후평가가 대시보드로 추적되는지가 입증돼야 합니다. 중앙집중이 아닌 자율·책임의 경계가 분명한지도 중요합니다.
법적·정책적 환경은 복귀에 우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삼성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두고 "이사회의 의중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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