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SK AI 서밋에서 나온 최태원의 '이 말' 관심 폭증... "무한경쟁 시대에서 가능해?"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는 3만5000명이 몰렸습니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에이전트 서비스 등 최첨단 기술이 쏟아진 자리였지만, 행사의 흐름을 멈춰 세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단 한 문장이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조연설 중 한 말입니다. 


"SK는 고객·파트너와 경쟁하지 않는다"


origin_최태원회장젠슨황이제속도얘기안해…AI풀스택공급자비전제시.jpg최태원 SK그룹 회장 / 뉴스1


AI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무한경쟁'에 휩싸인 지금, 이 발언은 단순한 기업 철학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엔비디아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는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AI 모델 학습까지 모두 자기 안에 묶어두며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고객도, 파트너도 결국 그들의 생태계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 생존의 언어가 된 시장에서 최 회장은 정반대의 화법으로 답했습니다. 


"우리는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 독식이 아니라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발언에는 현실적 배경도 있습니다. 지금 AI 산업은 '수요 폭증과 공급 병목'이라는 불균형에 직면해 있습니다. AI 모델의 추론이 본격화되면서 GPU와 메모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전력과 생산 설비, 원자재 공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AI 칩의 성능은 매년 향상되지만, 메모리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Open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필요한 HBM을 월 90만 장(웨이퍼,undiced wafers)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글로벌 시장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origin_기조연설하는최태원SK그룹회장.jpg뉴스1


그가 강조한 것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신뢰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단순한 메모리 제조업체를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중심에서 SK는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남겠다는 겁니다. 독점이 아니라 신뢰, 속도가 아니라 효율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 한 문장은 한국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답으로도 읽힙니다. 미국이 '규모와 독식'으로, 일본이 '정밀과 보수'로 간다면 한국은 '협력과 효율'이라는 새로운 길을 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 회장이 말한 '효율의 경쟁'은 단순한 생산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AI 시대의 효율은 신뢰, 개방, 공유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는 "AI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AI"라며 AI를 이용해 반도체 생산성과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 핵심에는 결국 '함께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AI 기술을 넘어 '인간적 관계의 복원'을 산업 전략으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삼성이 '초격차'의 철학으로 기술을 끌어올린다면, SK는 '공존'의 철학으로 산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기술의 수직 상승을 상징한다면, 최태원 회장은 산업의 수평 확장을 이끄는 인물입니다.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두 리더의 행보는 대한민국 산업의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AI 서밋에서 나온 그 한 문장은 그 균형의 또 다른 축을 완성했습니다.


origin_SKAI서밋기조연설하는최태원회장.jpg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