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국군의날 만찬 자리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언급하며 폭언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당시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한 뒷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이번 증언은 단순한 정치적 감정이 아닌, 군 수뇌부가 배석한 자리에서 '살해 의사'까지 거론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 심리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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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계엄 두달 전인 지난해 국군의 날 '술자리' 모임을 두고 설전을 벌였습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은 그날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JTBC와 민주노총 등을 언급하는 등 시국과 관련한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고 직접 반박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는 "국군의날 행사를 마친 뒤 군 수뇌부 20여 명에게 식사를 대접한 자리였으며, 시국을 논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셰프들이 아니라 내가 계란말이를 하고 있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신 기억은 있으나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차마 그 말씀은 안드렸는데"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발언은 방청석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그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대표를 포함한 일부 정치인을 호명하며, '잡아 오라, 내가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말을 아꼈던 이유'를 설명하며 작심한 듯 "당신 앞에 잡아 오라 그랬다"는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계엄령 선포 약 두 달 전, 대통령 관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는 점이 법정에서 다시 확인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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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전 사령관은 수사 초기에는 이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그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나도 끝까지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가 '계엄령 전야'의 대통령 발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증언은 내란 혐의 재판의 흐름을 바꿀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 전 대통령 곽 전 사령관의 이 발언 뒤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변호인단이 반박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이 발언의 신빙성을 어떻게 검증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다른 군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과 통화 기록, 일정표 등 구체적 물증 확보가 관건으로 꼽힙니다.
한 법조인은 "이 증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단순한 폭언을 넘어, 계엄령 실행 의지의 간접 증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대통령의 언어가 군 내부에서 어떤 작동 신호로 인식됐는지까지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공판기일에서 곽 전 사령관의 증언 내용을 교차 검증하고, 필요할 경우 동석자 진술을 병행 조사할 계획입니다. '잡아오라'는 한마디가 단순한 분노였는지, 실제 명령의 예고였는지에 따라 재판의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