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0일(월)

"계산은 누가해요?"... 이재용·정의선·젠슨 황, 각자 지갑 열어야 할 이유 봤더니

서울 강남 삼성동 깐부치킨.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입니다. AI 산업의 핵심 인물들이 치킨집에서 만찬을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묻습니다.


"그래서, 계산은 누가 하나요?"


겉보기엔 단순한 호기심 같지만, 이 질문에는 산업 질서의 긴장과 관계의 상징이 담겨 있습니다.


젠슨황 / GettyimagesKorea젠슨 황 엔비디아 CEO / GettyimagesKorea


누가 계산서를 꺼내느냐는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권력 구조의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세 사람 모두 계산해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재용 회장에게 이번 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HBM(고대역폭 메모리) 협력 논의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의 AI 칩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그 성능을 완성하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에는 HBM4 검증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엔비디아가 두뇌라면, 삼성은 기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계산서를 꺼낸다면, 그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한국이 메모리 기술의 중심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 행위가 됩니다.


식사비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동맹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입니다. 


정의선 회장에게 이번 만찬은 엔비디아와의 AI·자율주행 협력을 강화할 기회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엔비디아의 차량용 AI칩을 전장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으며, 로봇과 생산공정 분야에서도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origin_포항경주공항통해입국하는정의선현대차그룹회장.jpg정의선 현대차 회장 / 뉴스1


AI 전환이 산업 전반을 흔드는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이 단순 제조에 머문다면 생존은 어렵습니다. 정 회장이 계산서를 꺼낸다면, 그것은 '기술 고객'이 아니라 '공동 개발자'로 나서겠다는 선언이 됩니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AI를 도로 위 현실로 구현하는 기업으로서, 현대차의 계산은 협력의 신뢰를 쌓는 상징이자 기술 동반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됩니다.


다만, 이번 만찬을 제안한 인물은 젠슨 황 CEO입니다. 깐부치킨이라는 장소 역시 그의 제안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방한 전, "한국 국민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가 기뻐할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엔비디아의 AI칩 공급망 확대와 HBM 확보가 이번 방문의 핵심 배경으로 꼽힙니다. 엔비디아가 AI 칩을 설계하더라도, 생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요하고, 활용에는 현대차 같은 글로벌 제조 파트너가 있어야 합니다.

황 CEO가 계산서를 꺼낸다면, 그것은 'AI 생태계의 설계자'로서 핵심 공급자들을 한자리에 묶는 상징적 결제가 됩니다.


AI 제국의 동맹을 공고히 하려는 '초대자의 결단'으로도 해석됩니다. 결국 깐부치킨의 계산대에는 세 가지 계산이 놓여 있습니다. 기술 주도권을 지키려는 계산, 미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산, 그리고 AI 공급망을 통합하기 위한 계산입니다.


누가 계산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의 영수증에는 세 사람 모두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AI 동맹의 계산법은 언제나 그렇게 복잡하고,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origin_회의장으로향하는이재용회장.jpg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