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유행하는 '항염증 다이어트', 과학적 근거는 있을까?
소셜미디어(SNS)에서 "모든 유제품을 끊어라. 글루텐을 버려라. 설탕은 절대 먹지 마라"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담은 '항염증 다이어트'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 식단 제한이 일반인에게는 실질적 효과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항염증 효과를 얻으려면 특정 식품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지중해식 식단처럼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호주 퀸즐랜드대학교의 로런 볼 교수와 서던크로스대학교의 에밀리 버치 박사는 지난 22일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공동 기고문을 발표하여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항염증 다이어트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검증했습니다.
일부 '항염증 다이어트' 관련 콘텐츠들은 유제품, 글루텐, 설탕과 같은 특정 식품만 피하면 체중 감량은 물론 소화 불편함 해소와 전반적인 건강 상태 개선까지 약속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염증 억제를 위한 식단 관리가 특정 환자들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SNS에서 확산되는 정보들이 복잡한 영양학 이론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식단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돼
SNS에서 널리 퍼지는 정보 중 일부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bay
많은 SNS 콘텐츠가 염증 감소를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 복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과학적 연구 결과로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2020년 발표된 무작위 대조 시험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한 사람뿐만 아니라 특정 질환자에게도 혈중 염증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연구진들은 이러한 긍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균주를 얼마나 섭취해야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염증 감소를 위해 유제품이나 글루텐을 완전히 끊으라는 SNS의 조언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유제품이나 글루텐이 염증을 유발하는 경우는 주로 특정 알레르기나 셀리악병(글루텐 섭취 시 흡수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환자에게 국한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러한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의학적 식단 조절이 필요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무분별하게 이들 식품을 배제할 경우 오히려 필수 영양소 결핍 위험이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유제품은 염증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염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요거트와 치즈에는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식단이 최선의 항염증 전략
글루텐 섭취를 중단하면 만성 염증이 감소하고 소화 장애나 만성 피로가 개선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러한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오히려 글루텐이 함유된 보리, 호밀 등 통곡물을 꾸준히 섭취하면 염증 지표가 개선되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는 충분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항염증 식단이 기존 치료법과 함께 진행했을 때 증상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낭성 난소 증후군, 자궁내막증, 자가면역 질환, 관절염과 같이 만성 염증이 증상 악화나 질병 진행의 주요 원인인 경우 항염증 식단의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도 식단이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게 조정될 수 있도록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염증 예방을 목적으로 특정 식품군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공식품을 최소화하고 자연식품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채소, 과일, 통곡물, 생선을 주로 섭취하고 붉은 고기와 가공식품 섭취는 제한하는 지중해식 식단이면 충분합니다.
채소와 과일을 통한 섬유질 섭취와 함께 견과류 등 건강한 지방을 골고루 먹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자연스럽게 강화됩니다.
결국 SNS에서 유행하는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리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식이 제한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