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역사적 건물에서 미래 디자인 비전 'EXP 15' 콘셉트카 공개
벤틀리모터스가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럭셔리 비전 콘셉트카 'EXP 15'를 선보였습니다.
영국 크루에 위치한 벤틀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공개된 이 콘셉트카는 20세기 초 그랜드 투어러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벤틀리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P 15는 전설적인 1930년형 벤틀리 스피드 식스 거니 너팅 스포츠맨 쿠페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첨단 기술과 현대적 디자인 언어로 완전히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모델은 '블루 트레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벤틀리 회장 울프 바나토가 프랑스의 럭셔리 특급열차와 경주해 승리한 전설적인 일화로 유명합니다.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벤틀리 디자인 스튜디오
벤틀리의 새 디자인 스튜디오는 '프론트 오브 하우스'라는 역사적 건물을 전면 개보수하여 조성되었습니다.
지난 7일 열린 개소식에는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벤틀리모터스 회장 겸 CEO와 이사회 멤버, 4,0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석했습니다.
사진 제공 = 벤틀리모터스
지난 1939년부터 벤틀리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이 건물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비롯한 수많은 귀빈들을 맞이했던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이전을 위해 건물에 3층이 새롭게 증축되었으며, 기존 건물을 보존한 리노베이션은 벤틀리의 전통 계승과 지속가능성 원칙을 반영한 결정이었습니다.
약 50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는 이 스튜디오는 기존보다 2배 가량 넓어졌으며, 벤틀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디자인 혁신을 위한 영감의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미래 모델의 내·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컬러와 트림, 뮬리너 비스포크 디자인, 사용자 경험 및 인터페이스 디자인 협업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발리저 회장은 "벤틀리 역사상 가장 큰 디자인 혁신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모든 디자이너 팀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에서 미래 전기차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은 필수적"이라며, "진정한 협업 공간을 통해 업무 방식의 큰 도약을 이룩하고, 통합적 팀워크로 성공적인 디자인 혁신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EXP 15 콘셉트카
전장 5m가 넘는 EXP 15 콘셉트카는 벤틀리의 아이코닉한 수직 그릴, 길게 이어지는 보닛, 그 뒤에 배치된 캐빈 등 '블루 트레인'으로 알려진 1930년형 벤틀리 스피드 식스의 디자인 DNA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적인 표면 처리, 첨단 조명 디테일,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등 미래지향적 요소들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벤틀리모터스
EXP 15의 실내는 '미래현실' 콘셉트로 접근했습니다.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고객이 다양한 인테리어 조합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고급스러운 시트, 날개 형태의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등 전통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운전자의 기분과 필요에 따라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미래적 디지털 요소들이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3개의 시트와 3개의 도어를 갖춘 독특한 실내 구성입니다. 이는 소수의 특별한 탑승객에게 더욱 특별한 럭셔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설계로, 반려동물이나 소지품을 위한 혁신적인 수납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트렁크는 정차 시 고급스러운 피크닉 의자로 변신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EXP 15에 사용된 소재는 전통적 장인정신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면서도 첨단 기술을 결합했습니다.
250년 역사의 영국 원단 제조사 '폭스 브라더스'의 100% 양모 원단과 3D 프린팅 공법으로 제작된 경량 티타늄 마감재가 조화를 이루며, 사용자 경험도 지적이고 사려 깊게 설계되었습니다.
벤틀리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정의하는 다섯 가지 원칙
로빈 페이지 벤틀리모터스 디자인 총괄은 EXP 15 콘셉트카가 벤틀리의 미래 양산 모델에 적용될 다섯 가지 익스테리어 디자인 원칙을 제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수직적 우아함'으로, 당당히 서 있는 종마의 기품처럼 부드럽게 휘어지는 수직선이 전면부에 드러나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코닉한 그릴'로, 전동화 시대에도 벤틀리 고유의 그릴 디자인과 수직 라인을 유지한다는 원칙입니다.
사진 제공 = 벤틀리모터스
세 번째는 '끝없이 이어지는 보닛 라인'으로, 대형 엔진을 탑재했던 벤틀리의 헤리티지를 반영합니다. 보닛 라인은 측면 윈도우를 지나 리어 필러까지 끊김 없이 이어집니다.
네 번째 원칙인 '휴식하는 맹수'는 차체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리어 펜더가 맹수의 뒷다리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표현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수평적이고 편안한 자세를 유지한다는 개념입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원칙은 '명예로운 방패'로, EXP 15의 뒤쪽 넓은 표면에 적용되었습니다. 다이아몬드 패턴의 리어램프에 둘러싸인 새로운 벤틀리 엠블럼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인테리어와 사용자 경험
EXP 15의 인테리어는 벤틀리의 다섯 가지 실내 디자인 원칙을 구현합니다.
'윙 제스처' 대시보드, 고급 소재를 넓은 면적에 적용한 '볼드한 중량감', 탑승자를 안락하게 감싸는 '포근한 안식처', 벤틀리 특유의 '상징적인 디테일'에 더해, 물리적·디지털 요소를 혼합한 '마법 같은 융합'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EXP 15의 대시보드는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다가도 화면이 꺼지면 우드 베니어가 드러나는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화면 중앙 뒷편에는 '기계적 경이'라 불리는 시계 형태의 장치가 있어, 주행 방향이나 전기 충전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합니다.
사진 제공 = 벤틀리모터스
로빈 페이지 총괄은 "많은 고객들이 완전 디지털화된 경험에 지쳐 물리적 기계장치를 그리워하고 있다"며, "EXP 15의 사용자 경험은 물리적 요소와 디지털 요소를 결합해 가장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하도록 디자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EXP 15의 차체에는 '팔라스 골드'라는 리퀴드 메탈 새틴 페인트가 적용되었으며, 초박형 알루미늄 안료를 사용해 레이더 신호를 방해하지 않고 라이다 시스템에 쉽게 감지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비록 EXP 15는 양산 계획이 없는 디자인 콘셉트이지만, 순수 전기 4륜구동 파워트레인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벤틀리의 미래 전기차 모델에 적용될 디자인 요소와 기술적 아이디어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1930년형 스피드 식스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단순한 '레트로' 디자인이 아닌, 벤틀리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디자인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