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폭염 속 냉방 없던 시절의 피서법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에어컨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1990년대 여름 풍경을 담은 영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79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크랩'이 공개한 이 영상은 7월 2일 기준 조회수 1086만 회를 돌파하며 현대인들에게 과거 폭염 속 생존법을 보여주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시민들은 천연 냉방시설이라 불리던 분수대, 공원, 도심 그늘에 의지해 더위를 피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조금이라도 시원한 실내 공간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인기 피서지와 생활 속 더위 극복법
1990년대 가장 인기 있던 피서지 중 하나는 실내 아이스링크장이었다.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백발의 노인들까지 더위를 피해 찾아오는 곳이었다.
도심 수영장 역시 피서객들로 가득 찼지만, 많은 인파로 인해 수온은 금세 미지근해지는 한계가 있었다.
YouTube '크랩 KLAB'
냉방 시설이 가동 중인 은행도 시민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피서지로 꼽혔다.
지하철은 현재와 달리 에어컨이 없어 오히려 바깥보다 6℃ 이상 더 더웠다.
역사 플랫폼에는 부채를 든 승객들이 가득했으며, 직원들은 호스로 통로에 물을 뿌리는 즉석 냉방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민학생(초등학생)들의 여름나기도 독특했다.
쉬는 시간마다 수돗가에서 머리를 적시는 것이 일상이었고, 각자 얼음물병을 들고 등교했다.
YouTube '크랩 KLAB'
아이스크림은 하굣길 필수품이었는데, 한 어린이는 하루에 아이스크림 6개를 먹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당시 아이스크림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도 상승해 100원이던 제품이 200원으로 인상되기도 했다.
산업 현장과 극심한 폭염 속 생존법
울산의 한 공장에서는 3만 명의 근로자에게 매일 오후 2시 아이스크림을 지급했으며, 직원들은 목에 얼음주머니를 감고 작업에 임했다.
휴게실에서는 수박 냉채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에는 한강 다리 밑이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돗자리를 펴고 웃통을 벗은 채 부채질을 해도 더위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당시 한강공원에서는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물에 뛰어들다 인명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온이 너무 높아 항공기의 활주거리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뉴스 보도도 있었다.
폭염에 지친 시민들에게 소나기는 반가운 존재였다.
영상에는 장대비를 맞으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과 일부러 비를 맞으려는 이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우리 땐 은행이 최고의 피서지였다", "국민학교 시절이 그립다", "얼음물 친구한테 줄 땐 같은 혈액형끼린 입 대고 마셔도 된다", "얼음물은 손수건으로 감싸서 고무줄로 묶는 게 정석",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 시절에도 잘 살았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