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신간] 저속노화 마인드셋

노화에 대한 생각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수명을 7.5년이나 단축시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하버드대 출신 사회역학자 베카 레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들보다 평균 수명이 현저히 짧았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문제가 아닌, 생각의 방향이 실제 생리적 노화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9791194627074.jpg사진 제공 = 웨일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저속노화 마인드셋'에서 이러한 '마음의 속도'에 주목한다.


그는 건강 실천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근본 원인이 몸이 아닌 마음에 있다고 지적하며,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건강관리법이 아닌, 내 몸과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선언이다.


가속사회에서 저속노화의 필요성


현대 사회는 '더 빨리, 더 많이'라는 가속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다.


정희원 교수는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건강 실천법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을 회복하는 마인드셋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책은 단순한 의학적 조언을 넘어 현실의 피로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천천히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저속노화'라는 개념을 소개한 이후, 이 개념이 오남용되는 현실을 목격했다.


겉보기에 젊음을 유지하려는 강박, 무리한 루틴과 실현 불가능한 기준, 성과 중심의 건강관리가 오히려 우리를 더 빠르게 늙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건강을 이해하는 관점 자체의 실패'로 진단된다.


저속노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워런 버핏도 콜라 마시면서 90세 넘게 장수하는데요?"라는 질문은 저속노화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유전이나 운의 문제로 치부하지만, 정희원 교수는 유전적 요소는 30%에도 미치지 못하며, 저속노화는 매일의 선택으로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속노화를 외모를 위한 인위적 개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국 사회 특유의 '겉보기 늙음'에 대한 혐오가 반영된 것이다.


저자는 저속노화가 외모가 아닌 기능을 위한 자연적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건강한 루틴은 재미없다는 착각이나 어린이와 노화는 무관하다는 고정관념도 잘못된 인식이다.


개인과 사회 구조의 문제


건강 실천이 반복해서 실패하는 상황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정희원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자체가 회복을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도 '저속노화좌'임에도 일과 피로 속에서 가속노화의 굴레에 빠져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한다.


한국 사회는 효율과 성과 중심으로 빠르게 돌아가면서도 OECD 국가 중 출퇴근 시간과 노동시간이 가장 긴 그룹에 속한다.


삶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회복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진 것이다. 이런 시간 빈곤 속에서 건강한 선택은 불가능해지고, 자기돌봄조차 시간과 여유가 있는 사람만의 특권이 되어버렸다.


저속노화 마인드셋의 실천


정희원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저속노화의 실천 방법을 공유한다. 그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움직이는 명상'이며, 악기 연습은 삶의 감각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행위로, 이 모든 과정이 저속노화의 메타포가 된다.


식단이나 습관 관리를 위해서는 의지를 들이지 않아도 실천 가능한 구조, 실패해도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빠르게 회복하는 사람은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덜 고통스럽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저속노화 마인드셋은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닌, 몸과 마음의 징후를 감지하는 능력이자 일상을 설계할 수 있는 감각이며, 자기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인지적 여유를 포함하는 전방위적인 생각의 전환이다.


'저속노화 마인드셋'은 젊음과 건강을 조율하고 지속할 수 있는 마음에 대한 깊은 탐구이며, 지쳐 있는 현대인 모두에게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