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돌아온 레전드 에세이 작가 정신의 새로운 여정
지난 2004년 '정신과 영수증'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으로 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작가 정신이 21년 만에 신간으로 돌아왔다.
당시 '정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의 독특한 감성과 영수증을 통해 일상을 기록하는 방식의 기발함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의 에세이는 출간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SNS에서 젊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레전드 에세이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제공 = 이야기장수
23세부터 매일 영수증을 모으기 시작한 정신 작가는 현재까지도 이 습관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가 모은 영수증은 어느덧 2만 5천 장에 달한다.
해사하고 개성 넘치는 감성으로 20대를 보냈던 그는 이제 40대가 되었다. 30대에는 인생의 단 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안정된 삶을 살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40대의 인생은 막막하고 불확실했으며, 일과 가족, 주변 환경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자기 발견을 위한 태평양 너머의 여정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 인간관계의 '반경'을 넓혀보라는 조언을 받은 정신 작가는 과감히 신변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 책은 그가 포틀랜드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시간들을 담고 있다.
미국 성당 앞에서 울며 기도하던 순간들, 잠 못 이루며 인생에 상처를 남긴 사람들과의 내적 싸움, 그리고 인생의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수많은 이들과 대화하고 배우며 다시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온라인 데이팅 앱을 통해 끝없이 자신을 알아줄 사람을 찾아 헤매던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질문이 잘못되면 정답도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그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가족과 일, 사랑, 자아가 모두 흔들리던 시기에 용감하게 자신과 당신을 찾아 나선 40대 여성의 진솔한 여정을 담고 있다.
정신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노래 같은 문체는 여전히 빛나며, 20년의 세월이 더해준 깊이와 사색이 돋보인다.
특별한 점은 이 책이 세 명의 저자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글을 쓴 주인공 정신과 함께, 오래된 영수증을 서랍에서 꺼내 사진으로 담아낸 사이이다 작가, 그리고 이 모든 글과 사진을 책이라는 캔버스에 펼쳐놓은 디자이너 공민선이 협업했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이들은 정신이 모은 수많은 영수증 중에서도 특히 그가 40세에 바다를 건너 새로운 세계로 나아갔던 날들을 기록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정신 작가는 미국에서 모은 2만 5천 장의 영수증을 캐리어에 담아 한국으로 돌아와 있다.
연도별로 봉투에 고이 보관된 그의 영수증들은 놀랍고도 의미 있는 하루하루의 기록으로, 독자들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먹고, 사고, 선물하고, 소비하는 모든 순간이 곧 우리의 인생이기에,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한 인간의 삶과 성장을 담은 특별한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