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사용, 노년기 인지 저하 줄인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인지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디지털 치매' 가설과는 달리, 오히려 노년기의 인지 저하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재러드 벤지 교수와 베일러대 마이클 스컬린 교수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한 연구에서 성인 41만여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 사용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57개 연구를 메타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디지털 기술 사용이 인지 능력을 약화한다는 기존의 '디지털 치매' 가설과는 반대로, 기술 노출이 오히려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디지털 기술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성장한 첫 세대가 이제 치매 증상이 흔히 나타나는 연령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적인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직접 기억, 계산, 정보 처리를 하는 능력이 퇴화한다는 '디지털 치매' 가설도 있지만, 반대로 정기적인 디지털 기술 사용이 인지 능력 보존 행동을 촉진해 인지 저하를 줄인다는 가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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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는 동료 심사 논문을 게재하는 주요 데이터베이스(Medline, PsycInfo 등)에서 디지털 기술 사용과 노년기 인지 기능 관계를 조사한 연구를 검색하여 기준을 충족하는 논문 57편을 선택해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성인은 총 41만1천430명으로 평균 연령은 68.7세였다. 이들은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디지털 기술 사용자로서 관찰 또는 코호트 연구에 참여했으며, 인지 또는 치매 진단 결과를 통해 인지 능력 변화를 관찰했다.
분석 결과, 디지털 기술 사용에 따른 인지 장애 위험 오즈비(Odds Ratio)는 0.42로 나타났으며 이는 디지털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그룹의 인지 장애 위험이 적게 사용하는 그룹보다 58% 낮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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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디지털 기술 사용과 인지 능력 간 관계를 평균 6.2년간 추적한 종단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술 사용이 인지 능력 저하 위험을 평균 26% 낮추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디지털 치매'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찾지 못했으며, 디지털 기술 사용의 인지 저하 감소 효과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때도 유의미하게 유지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연구는 디지털 기술 사용과 인지 건강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그 메커니즘까지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기술 노출 유형과 시기가 인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