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벤처 1세대, 초고속인터넷 선구자 이용태 회장 별세
대한민국 벤처기업인 1호이자 초고속인터넷의 선구자로 'ICT 강국 코리아'의 초석을 세운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이 14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3세. 빈소는 고려대병원에 마련됐다.
고인은 1980년 청계천에서 삼보컴퓨터를 설립한 대한민국 1세대 벤처기업가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SW)에 깊은 관심을 가져 인천 송도에 SW 대규모 단지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삼보컴퓨터 창업자 이용태 회장의 2015년 당시 모습 / 뉴스1
1933년 3월 3일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 사서오경 등 한학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에 합격한 고인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이학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미국 유타 대학교 대학원으로 유학해 통계물리학(부전공 전산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수학 학원 강사 및 수학 참고서 저자로 명성을 떨쳤던 고인은 이지흠이란 이름으로 '수학의 강의', '입시 수학의 분석 연구' 등의 수학 참고서를 집필해 큰 인기를 얻었다.
1965년에는 제일학원, 대일학원을 설립해 단기간에 성공을 거두었고, 충분한 자금을 마련한 1966년 염원했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타대학교 대학원에서 통계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1980년 청계천에서 삼보컴퓨터를 설립했다.
당시는 전두환 정부가 국가발전을 위해 컴퓨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섰던 시기였다. 이를 위해 한국의 데이터통신망 구축이 필요했고, 오명 체신부 차관이 직접 고인을 찾아와 부탁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오명 차관은 IBM의 손에 맡기지 않고 우리 힘으로 데이터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 적임자로 고인을 지목했다. 고인은 처음에는 사업 때문에 바빠서 거절했지만, 결국 데이콤 사장을 맡게 됐다.
ICT 강국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
이후 고인은 한국 최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두루넷, 삐삐 서비스 회사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하며 한국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2005년 두루넷 관련 부실이 커지면서 삼보컴퓨터가 부도 처리됐고, 2012년에는 차남인 이홍선이 삼보컴퓨터를 인수해 경영을 이어갔다.
2016년에는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게 된 채무와 이자 150억원가량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 파산을 신청하기도 했다.
2021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는 정보통신 특별 공로상을 받은 고인은 당시 "89년을 살아오면서 정부로부터 받은 상으로는 처음이다. IT 분야의 공로를 정부가 드디어 인정해줘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한국 IT 산업의 선구자였던 이용태 전 회장은 타계했지만, 그가 남긴 업적과 정신은 대한민국 ICT 강국의 밑거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