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4일(월)

"화장실도 혼자 못 가"... 현직 교사들이 말하는 요즘 초등학생들 상태 (영상)

현직 교사 3인이 전하는 요즘 초등학교 상황


인사이트YouTube '랭킹스쿨'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초등학생 시절을 생각해 보면 옷을 입는 것, 양치질을 하는 것, 등교를 하는 것, 교실을 찾는 것, 화장실에 가는 것, 모두 혼자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몇 번의 연습을 통해 초등학교 저학년이어도 아이들은 곧잘 따라 했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교의 상황은 다르다.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공감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전과 다르다는 요즘 초등학생'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랭킹스쿨'에 올라온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 때문이다.


인사이트YouTube '랭킹스쿨'


"'교사 생활 20년 차 이런 건 처음이에요' 현직 교사들이 말하는 요즘 초등학교 심각한 상황"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세 명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상에는 교직 생활 23년 차 교사 천경호 씨, 26년 차 교사 한희정 씨 그리고 26년 차 교사 조재범 씨가 출연했다.


'가장 맡기 힘든 학년'에 대한 질문에 한희정 씨는 "요즘에는 1학년이 힘들다. 학부모들의 생각이 굉장히 다양하고 학교 경험을 못 해보셔서 정말 천차만별의 요구들이 있다"라고 답했다.


천경호 씨는 "요즘 아이들이 또래와 같이 어울리는 경험들이 별로 없다. 기기와 상호작용을 많이 하니까 습득되어야 할 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채 학교에 온다"며 "혼자 화장실 가는 것도 잘 안되고, 혼자 식판에 밥 뜨는 것도 잘 안되고, 아주 극심한 경우에는 연필 쥐는 것조차도 제대로 안 돼서 그걸 학교에서 배우는 경우까지 있으니까 1학년 선생님들이 매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들의 경우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즉시 물어볼 만한 곳이 없다 보니 자꾸 온라인에 묻게 되고, 비전문적인 정보들을 자꾸 듣고 학교에 요구하니,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자꾸 하다 보니 너무 고충이 큰 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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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교사들은 '요즘 초등학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씨는 "예전에는 마을에서 잔소리해 주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게 없이 굉장히 고립된 섬처럼 있는 가정 안에서만 자란 경우에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은 요즘 초등학생들이 학습 능력은 좋지만, 생활 능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인사이트YouTube '랭킹스쿨'


한씨는 "유치원을 다녔지만, 학교라는 큰 공간에 오면 제일 중요한 게 교실을 찾아오는 거다. 처음에는 화장실에 갔다가 교실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고, 교실에서 식당(급식실)으로 이동해서 밥을 먹고 돌아오는 것, 다쳤을 때 보건실에 다녀오는 것 모두 입학 첫날부터 몇 번을 연습한다"며 "예전에는 한 달 정도만 하면 아이들이 다 짝지어서 갈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한 학기가 지나도록 식당에서 교실 찾아오는 게 안 되고, 보건실에 혼자 갔다 돌아오지 못해서 조금 가다가 '모르겠어요'라고 해서 친구를 붙여줘야 했다. 그런 아이들의 비율이 경험상 상당히 늘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왜 그런가 생각해 봤더니 어릴 때부터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어린이집 차를 타고 어린이집 앞에서 내리고, 다시 어린이집에서 차를 타 집에 돌아온다. 어디 갈 때도 아빠 차에 타니 혼자서 어딘가에 다니면서 '여기에서 모퉁이를 돌아야 돼',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무슨 가게가 나와' 이런 것들을 스스로 기억하고 떠올리고 하면서 공간지각 능력들이 커지는 건데 그런 경험을 해 주지 못하는 가정의 절대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YouTube '랭킹스쿨'


또 한씨는 "우리 때는 (운동화) 끈을 묶는 법을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끈 묶기가 안 되니까 2학년에서 운동화 끈 묶기가 나온다"라고 말하기도 해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우리 때는 '문 앞에 서서 장난치면 안 돼', '문 앞에 다른 사람 다니는 거 막지 말아라' 이런 얘기를 계속 들었는데 요즘 애들은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른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처지에 있고 이런 부분들이 연습과 훈련이 안 된 게 아닐까 한다"며 "일상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잔소리를 듣지 못한 세대다"라고 강조했다.


천씨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이걸 관계 경험의 결핍이라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경험이 과거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거다. 가족 간에도 줄어들고 친척, 이웃 간의 교류도 다 줄어들었다. 학교 안에서도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게 크게 줄었다. 미성숙한 말과 행동을 했을 때 내가 한 말과 행동이 학교폭력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어려워지는 거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YouTube '랭킹스쿨'


이어 "과거에 비해 지능이 분명히 높아진 게 있다. 2010년 초반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한 시기부터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이게 인지심리학 연구 결과다"며 "1980년대에 비해서, 2010년대 이후 아이들의 신체활동 지수가 5분의 1로 줄었다. 신체활동 지수가 줄어드니 뇌로 가는 산소의 양이 확 줄어드는 거다. 요즘에는 또 아침 식사도 잘 안 지켜진다. 학습할 때 집중이 제대로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조씨 역시 두 교사의 말에 공감하며 "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과거보다 뛰어나다. 왜 그런가 하면 넓고 얕아졌다. 요즘 아이들은 학습 능력이 아니라 실천 능력, 실행 능력이 떨어지는 거다. 윤리적 의식도 과거보다는 많이 떨어져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가족끼리 있으면서 많은 활동도 하고 놀이를 통해서 배우기도 했다. 학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다인수 학급에서 사회적 관계, 우리 친구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도덕을 학교에서 아무리 배우고 있어도 실천까지 안 간다"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YouTube '랭킹스쿨'


또 교사들은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간 가난한 사람을 뜻한다는 '개근거지'와 임대아파트(LH)에 사는 사람을 뜻한다는 '엘사' 등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쓰인다고 알려진 여러 유행어에 대한 생각도 드러냈다.


한씨는 "실제로 아이들이 저 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말의 뜻을 다 이해하고 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한테 '이게 무슨 뜻인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안 쓰려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조씨는 "사실 그 말을 쓴 거는 학부모가 먼저지 아이들이 먼저 쓴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학생들은 오히려 정치적 용어들을 자발적으로 쓴다. 근데 그거는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스스로 보고 습득해서 써버리는 건데 자신들이 그 용어를 쓰는데 어떻게 만들어진 말인지, 어떤 뜻인지 구체적으로 모른다. 입에 담기도 싫은 그런 용어들을 쓴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를 때 특정 정치인을 폄훼하거나 하는 것이 오히려 걱정이 된다"라고 우려했다.


천씨는 "아이들이 개인 휴대기기가 다 있으니 그런 영상들을 계속 보게 되는 거다. 오히려 아이들은 이게 뭐가 문제인지 모른 채 습득한다"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YouTube '랭킹스쿨'


마지막으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데에는 맥락이 있다. 어른들이 한 번만 더 헤아려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릴 때부터 규칙에 대한 것을 좀 잘 가르쳐야 한다. 학부모들이 규칙에 대한 개념이 무너진 사람들이 진짜 많다", "교실 밖에 나갔다가 못 찾아오는 건 진짜 충격이다", "대체 아이들을 가정에서 어떻게 교육하는 건지", "요즘 부모들은 기다려주는 걸 모른다. 기다리기 싫어서 본인이 해주고 오냐오냐 키우니 아이들의 실행력이 너무 떨어지고 생활력도 떨어진다", "중학생도 신발 끈 못 묶는 애들 많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YouTube '랭킹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