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3일(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블랙'인 초희귀 펭귄... 무리들 뒤따르게 만드는 남다른 포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털로 뒤덮인 펭귄


인사이트Instagram 'yves_adams'


등은 검은 털, 배는 흰 털이 특징인 펭귄은 흰 와이셔츠에 턱시도를 입은 모습을 떠올리게 해 '남극의 신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남극 인근의 한 섬에서 온몸이 새까만 털로 뒤덮인 희귀 펭귄이 발견돼 눈길을 끈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벨기에 국적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이브 애덤스는 이달 초 남극해에 있는 영국령 사우스 조지아 섬을 방문했다가 독특한 펭귄을 발견했다.


그는 "올겨울 시작한 남극 탐험 중 검은 왕펭귄을 발견했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는데 사진에는 부리를 제외한 몸 전체가 짙은 검은색으로 뒤덮인 펭귄이 담겼다.


Instagram 'yves_adams'


멜라닌 과도하게 발현돼 털이 검게 변하는 유전자 변이


마치 누군가가 검은색 물감으로 칠한 듯 빼곡하게 검은 털이 자란 모습이다. 왕펭귄은 황제펭귄 다음으로 큰 덩치를 가진 펭귄 종으로, 주로 남극 주변에 서식한다.


애덤스는 "처음 블랙 펭귄을 발견한 사람은 이번 탐사의 일행 중 한 명이었고 이후 내가 현장에 도착해 카메라에 담았다"며 "펭귄 수십만 마리가 모인 군집 중 '블랙 펭귄'은 단 한 마리였다"고 설명했다.


검은 펭귄은 흑색증(黑色症)으로 불리는 유전자 변이인 멜라니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멜라니즘은 동물이 가진 색소인 멜라닌이 과도하게 발현돼 피부와 신체 조직, 털이 검게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멜라닌 색소가 발현되지 않아 온몸이 희게 변하는 알비니즘(백색증)과 정 반대인 현상이다.


인사이트Instagram 'yves_adams'


흔하진 않지만 멜라니즘 동물은 자연에서 이따금 발견되곤 한다. 블랙 팬서(black panser)라고 불리는 흑표범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조류와 포유류에서 멜라니즘을 띠는 현상은 매우 드물다. 


애덤스는 "'블랙 펭귄'의 사례는 매우 드물어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만 블랙 펭귄은 얼음 위나 물속에서 포식자의 눈에 더 잘 띌 수 있다"고 말했다.


빙하로 둘러싸인 남극 바다에서 범고래, 바다표범 같은 포식자의 시야에 들지 않기 위해서는 펭귄의 배에 난 흰 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멜라니즘 펭귄은 검은 털이 빙하와 대비를 이뤄 눈에 띄기 쉽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애덤스는 "멀리서 보면 매우 진한 검은빛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목과 배의 깃털에 짙은 녹색이 섞인 것을 볼 수 있다"며 "펭귄 무리는 블랙 펭귄을 완전한 일원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