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첫 시점이 10월이 될지, 11월이 될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 전환(피벗)으로 한국도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11월은 돼야 금리 결정 주요 변수인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 폭이 꺾이는 지표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맞선다.
20일 글로벌 금융 시장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p) 낮췄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을 좌우하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한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0월 11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종전보다 늘었다고 분석한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2%p에서 1.5%p로 축소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에서 '키 맞추기' 금리 인하를 압박할 공산이 커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빅컷은 한은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10월 금통위에서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우리 기본 시나리오는 제약을 제거하고 경제 반응을 보자는 것'이라는 언급은 한은을 압박할 수 있다"면서 "정부나 국책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인하 압박이 거세짐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는데 파월 의장의 언급은 선제 대응 필요성에 더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빅컷과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의 빠른 둔화를 고려하면 한은의 10월 인하는 좀 더 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지난달만 해도 서울 중심의 집값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금융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깊어지는 내수 경기 부진은 피벗을 더 미뤄선 안 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이달 막 시행에 들어갔기에 본격적 규제 효과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10월 인하는 힘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게다가 미국의 이번 빅컷은 일회성에 그칠 확률이 높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경기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고, 점도표로도 대부분의 의견이 올해 추가 0.25~0.50%p 인하에 쏠렸기에 빅 컷이 금리 인하의 새로운 속도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가계대출을 잡으려는 당국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신호가 10월 중 보일 것이고, 이에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얘기가 계속되긴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규제 의지가 있고 대출 증가세를 봐 가면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한은 입장에서는 내수 부진이나 미 연준의 금리 인하 등 요인 때문에 10월 인하를 할 여건이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은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내수 부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에 대응할 논리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물가 안정에 따라 내수 경기가 바닥을 찍고 완만히 개선될 것이라는 한은의 하반기 경제 전망은 인하 지연의 근거로 쓰일 여지가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10월 금리를 동결할 경우, 내수가 침체 수준은 아니며, 상반기 바닥권 이후 완만하게나마 개선이 기대되고,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측면에서 결정돼야 하므로 내수와 수출, 물가와 금융 안정 등 모든 면을 고려할 때 최적의 시점을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10월 인하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최근 금융 안정 상황을 볼 경우 한은의 피벗 속도가 빠를 수 없어 연내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데 공감한다. 김지만 연구원은 "금통위가 금융 안정에 유의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뉴스1) 김혜지 기자 ·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