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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vs김혜자vs혜리…편의점 도시락 최고를 가려봤다"

편의점 3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도시락 대표 메뉴들을 섭렵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퇴근 후 생각나 찾을 때마다 그림자조차 볼 수 없어 나를 애타게 했던 '귀한 몸' 편의점 도시락들을 날을 잡아 한 번에 섭렵해보기로 했다.

 

점심때 가면 인기 메뉴가 벌써 다 빠져있을까 봐 이틀 전에 출시된 신상 중의 신상 CU '백종원 맛있닭가슴살 정식'은 특별히 1분 1초가 소중한 출근길에 사두었다.

 

GS25 '김혜자 바싹 불고기 도시락'과 세븐일레븐 '혜리 오징어 파불고기 도시락'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공수하러 나섰는데 다행히 남아있었다.

 

학생 때야 한X도시락, 토XX도시락 등 도시락 전문점에서 저렴하게 끼니를 때우곤 했지만 직장인인 지금은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도시락이라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해치우는 것이 아닌 공정하게 비교·분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하나하나 음미하며 맛보기로 했다.

 

형평성을 위해 일부러 가격이 비슷한 도시락들로 선정했다. 백종원 도시락은 3천900원인데 100원에 탄산음료를 준다길래 총 4천원에 냉큼 데려왔다.

 

혜리 도시락은 4천원짜리 제품을 구매하는 모두에게 생수를 증정했으나 김혜자 도시락은 똑같이 4천원인데 딸려 나오는 증정품이나 할인행사 상품 없이 도도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내가 뭔 힘이 있을까. 전부 다 업어왔다.

 

우선 각 도시락의 자태를 소개하고 간단하게 별점을 매겨봤다.

 


 

1. CU '백종원 맛있닭가슴살 정식' (가격 3천900원)

 


 


 

맛: ★★★★ 가성비: ★★★★ 비주얼: ★★★★

 

2. GS25 '김혜자 바싹 불고기 도시락' (가격 4천원)

 


 


 

맛: ★★★★☆ 가성비: ★★★★ 비주얼: ★★★★☆

 

3. 세븐일레븐 '혜리 오징어 파불고기 도시락' (가격 4천원)

 


 


 

맛: ★★★☆ 가성비: ★★★☆ 비주얼: ★★★☆

 

 

입맛이 더럽혀지지 않은 초반에 밥을 먼저 시식해봤다. 밥만 놓고 봤을 때 비주얼은 김혜자 도시락이, 들리는 소문으로는 백종원 도시락이 가장 기대됐는데 생각보다 맛에 큰 차이는 없었다.

 

다음으로 곧장 메인 메뉴에 손이 갔다. 양념에 숙성시킨 닭가슴살과 바싹 구운 불고기, 오징어 파불고기 중 앞의 두 메뉴가 불티나게 팔렸다. 

 

닭가슴살과 불고기는 퍽퍽하지도 않고 간도 적절했지만, 파불고기는 두 메뉴에 비해 떨어지는 비주얼로 인해 낮아진 기대치만큼의 맛이었다.

 

각 도시락의 반찬 가짓수는 6가지씩으로 모두 같았는데 전부 볶음 김치가 포함돼 있었다. 그냥 김치가 아니라는 배려에 감탄하며 시식했지만 백종원 도시락을 제외한 나머지 두 도시락은 속성으로 익힌 느낌이 들었다.

 

그다음으로 두 도시락에 들어있는 계란말이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백종원 도시락​은 일식집에나 나올법한 모습이었지만 특별히 맛이랄게 없었다.

 

혜리 도시락에 들어있는 계란말이는 색색 채소를 넣어 나름 비주얼에 신경 썼지만 젓가락만 갖다 대도 힘없이 부서지는 '가짜'인 데다 먹을 때도 퍽퍽한 느낌이 강했다.

 

나머지 반찬들은 가짓수를 채우느라 들어간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분석하는 데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김혜자 도시락의 잡채는 익지 않은 생면 그대로 씹는 느낌이어서 먹는 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안에 달걀이 들어있는 미니 돈까스는 의외로 상당히 맛있었다. 

 

혜리 도시락의 소시지나 어묵볶음, 시금치볶음 등은 특별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내가 평소에 해먹는 그것과 비슷했다.

 

백종원 도시락의 반찬들은 한 마디로 건강식 같았다. 소시지도, 호박볶음도, 양념돈까스도 간이 강하지 않으면서 묘하게 고급스러웠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여기자 세 명 중 두 명은 백종원 도시락의 손을 들어줬고, 한 명은 김혜자 도시락의 손을 들어줬다. 

 

혜리 도시락은 혜리의 예쁜 얼굴에 끌려 집어 드는 남성들이 많았겠으나 아직은 다른 두 도시락에 비해 내공이 부족한 듯싶다. 나름 도시락이라며 명함이라도 내밀려면 앞으로 더욱 분발해야 할듯싶다.

 

엄마가 해준 집밥과 같은, 아니 오히려 더욱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편의점 도시락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흡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도시락을 애용하는 이 땅의 모든 자취생과 바쁜 국민들을 만족시킬 때까지 편의점 도시락이 나날이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