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개막한 가운데, 지난 10년간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1.23배가 되는 동안 최저임금은 2배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소득수준보다 최저임금이 더 빠르게 오른 셈이다.
14일 통계청·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실질 GNI는 2998만원, 10년 후인 2023년 실질 GNI는 3703만원으로 10년 새 23.5%(1.23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2013년 4860원에서 2023년 9860원으로 102.9%(2.02배)가 올랐다.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은 1.7% 더 오른 1만 30원으로 결정됐다. 이미 두 배가 오른 최저임금은 올해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인상률이지만 '1만원 돌파'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평균 이상에 속한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주요 노동경제지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국가별로 국민소득(GNI)을 감안해 비교할 경우,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38개국)과 비회원국 8개국을 포함한 총 46개 국가 중에서 18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은 각국의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해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는 복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위스(138.6), 폴란드(133.7), 영국(129.3) 등이다.
1인당 GNI가 2만~4만달러 미만인 국가별 수준 비교에서는 우리나라가 10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리투아니아(109.7)다.
다만 상위 선진국인 1인당 GNI 4만달러 이상인 12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중하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들은 △뉴질랜드 △스위스 △영국 △프랑스 △호주 △독일 △캐나다 순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하게 되면서, 관련 지표들도 조금씩 상향돼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시급 1만원 돌파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이자 노동계가 처음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을 시작한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2013년 당시 최저임금이 5000원도 채 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나왔던 '1만원' 주장은 일각에선 허무맹랑한 꿈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12년 만에 실현되게 됐다.
최저시급 1만 원 시대가 개막하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이번에 최초제시안으로 1만 2600원을 요구했던 노동계 입장으로선 대폭 인상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아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1만 원 요구가 노동계에서 처음 나온 지 10년이다. 대선에서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의 공약을 내세운 지도 7년이 지났다"면서 "그 사이 물가는 곱절로 뛰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가 싶었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으로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최근 2년간의 물가 폭등기에는 최저임금이 물가 인상 폭보다 작게 오르면서 또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도 "최저시급이 1만 원 넘었다고 역사적이니 뭐니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명백한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저임금노동자들의 통곡이 눈에 선하다"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최저시급 1만 원 돌파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임위 전원회의 내내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동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최저임금이 2018년 한 해 16.4% 인상한 여파로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9860원으로 52.4% 오르면서 부담을 토로해왔다.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는 사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7년 158만명에서 2023년 141만 명으로 17만 명이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5만 명에서 437만 명으로 22만 명 늘었다.
(뉴스1) 나혜윤 기자 ·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