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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을 때 들었던 '소리'는 상상만 해도 불안·공포 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큰 충격을 받은 경험 당시 뇌리에 박힌 소리를 듣거나 듣지 않고 상상만 해도 당시의 불안과 공포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화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과거 자신이나 주변인이 크게 다쳐 구급차에 실려 간 적이 있다면 구급차 사이렌을 들을 때마다 그 당시의 공포가 되살아날 것이다.


이것은 모종의 조건반사에 의한 것으로 소리가 트리거가 되어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이 조건반사를 이용해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오는 공포나 불안을 지울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카라파이아는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과 콜로라도 대학 연구원들이 밝혀낸 놀라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소리를 상상하는 것이 실제로 소리를 듣는 것만큼 그 소리와 부정적인 경험 사이의 연관성을 끊어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신경과학자 다니엘라 쉴러(Daniela Schiller)가 이끄는 연구팀은 건강한 참가자 68명을 대상으로 고음 또는 저음의 소리를 들려주면서 통증은 없지만 불쾌감이 들 정도의 전기 충격을 주는 실험을 했다.


이는 참가자들이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도록 의도한 것이다.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를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이전에 들었던 소리를 들려줬고, B그룹은 소리를 들려주지 않고 상상만 하게 했으며, C그룹은 기분 좋은 새의 지저귐 소리와 빗소리를 상상하게 하게 했다. 연구팀은 모든 그룹에게 전기 충격을 주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경험 이후 소리를 들은 A그룹은 공포가 소거됐다. 놀랍게도 소리를 상상하기만 한 B그룹 역시 같은 효과를 얻었다.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 소리를 상상한 피실험자는 그 후 실제로 소리를 들어도 공포의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됐다. 트라우마가 치유된 것이다.


다만 새의 지저귐이나 빗소리와 같이 평화로운 소리를 상상한 피실험자는 오히려 불안이나 공포가 사라지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렇게 어느 자극(실험에서는 소리)이 조건(소리가 나면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에 일치하지 않게 됐을 때 거기에 대한 반응(공포감)이 없어지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소거'라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Pexels


실제로 정신과 치료 중에서는 불안신경증 환자에게 스트레스나 불안 등을 느끼는 장면을 오히려 상상하게 만들어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뇌의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관계가 있다.


참가자의 뇌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관찰했을 때 공포 소거 과정에서 실제로 소리를 들었을 때와 소리를 상상했을 때 같은 뇌 영역, 전전두피질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해당 연구는 신경과학 학술지 '뉴런(Neuron)'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