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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머슴이 아닙니다"···연예인 '갑질'에 지쳐 울분 터트리기 시작한 매니저들

이순재, 신현준 전 매니저들이 지속적인 '갑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폭로전을 이어가 시선을 모았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지미영 기자 = '갑질'을 당해왔던 매니저들이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울분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터질 게 터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니저로 근무 중인 지인이 필자에게 했던 말이 있기 때문이다.


지인은 "내가 왜 본인 골프 치러가는 곳까지 따라가서 대기해야 할까. 너무 현타와. 머슴 된 기분이야"라고 털어놨다.


공공연하게 발생하지만 묵인됐던 매니저의 일상 중 하나였다. 


최근 이순재의 전 매니저 A씨는 근무하는 동안 이순재의 부인이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생수통 운반, 신발 수선 등 온갖 허드렛일을 시켰다고 폭로했다.


A씨는 평균 주 55시간 넘게 일했지만 휴일 및 추가 근무 수당은 없었고 기본급 월 180만원이 전부였다. 심지어 수습사원이라는 이유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며,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인사이트뉴스1


이순재의 사과로 일단락되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신현준의 전 매니저 B씨가 이를 갈고 나섰다.


B씨는 13년 동안 일하면서 신현준의 잦은 불만과 욕설에 시달렸고, 신현준 어머니가 지시하는 개인 운전 업무, 세차, 장보기 등 사소한 심부름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배우가 스타덤에 오른 후에도 월급은 2년간 60만 원이었다. 계약서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A, B씨가 공통적으로 신음을 토한 건 바로 사적인 업무 스트레스와 열악한 처우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공개한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연예 기획 사업체의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는 2016년 72.2%, 2018년 79.9%로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5명 중 1명은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채 근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은 잘못된 '인식'이 낳은 결과물이다. 대개 매니저를 온갖 잡일을 거드는 머슴으로 보는 경우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만약 A, B씨가 인격적으로 존중받는다고 느꼈다면 굳이 진흙탕 싸움을 일으키려 했을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


매니저를 향한 케케묵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이 겪는 고충을 십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업계에서는 매니저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근로시간, 업무 범위 등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법 제도화도 시급하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만 살펴봐도 매니저 처우에 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매니저 문제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규제받을 게 없으니 그동안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일 처리를 진행해왔겠는가. 실제로 앞서 언급한 필자의 지인 말에 따르면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아티스트 보호 차원이라는 명분 아래 사적인 업무까지 신경 쓴다는 것에 암묵적인 합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추가수당도 없다.


인사이트Instagram 'dlwlrma'


K컬쳐가 화려하게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 뒤에서 묵묵히 스타를 돕는 노동자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발판이 좋아야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는 법. 매니저의 컨디션이 좋아져야 스타들의 향후 행보도 빛이 날 것이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근무하는 매니저들도 분명 많다. 이들은 서로를 향한 돈독한 믿음과 끈끈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줄곧 한 매니저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데뷔 13년 차 아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인사이트Instagram 'dlwlr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