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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지켜준 6·25 참전용사에게 감사 인사 전하기 위해 '헌정사' 외워온 유승호

이날 행사는 '영웅에게, 영웅에 대해 경례'라는 주제로 참전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인사이트MBC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147명의 국군 전사자들이 70년이라는 긴 세월의 바다를 건너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에 유승호가 감사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외워 전했다.


25일 오후 8시 20분부터 서울 공항에서 6·25전쟁 당시 나라를 지키고자 헌신한 분들에 대한 경의를 담은 7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행사는 '영웅에게, 영웅에 대해 경례'라는 주제로 참전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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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MBC


특히 배우 유승호는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먼저 유승호는 "저와 같은 나이의 어느 국군을 향해 짧은 편지를 띄우고자 합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유승호는 차분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70년 전 그날 전쟁터로 향한 청년을 위로했다.


편지를 모두 읽은 유승호는 호국 용사의 유해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며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전했다.


아래는 유승호가 편지와 함께 낭독한 장진호 참전용사의 이야기 일부다.


인사이트MBC


1950년 짧은 생이 멈춘 그 순간 이후로, 당신은 나와 같은 20대 청년이기에 나는 당신을 친구라 부르며 당신의 그날을 오늘 눈앞에 펼쳐보려 합니다.


친구여, 갑작스러운 국가의 부름을 받고 집을 나서던 그 순간, 얼마나 두려우셨습니까. 서둘러 따뜻한 밥을 짓던 어머니의 손을 놓고 돌아서며 얼마나 목이 메이셨습니까.


친구여, 그런데도 당신은 낡은 군복에 소총 한 자루 움켜쥐고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지옥 같은 전장에 도착한 당신은 누구보다도 참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때론 태양을 짊어진 듯 뜨거운 폭염 아래서도, 때론 수통의 물마저 얼려버리는 칼날 같은 겨울 바람 속에서도 전우들의 죽음을 넘어 끝없이 전진했습니다.


친구여, 그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어떻게 견뎠는지요? 밤마다 찾아오는 두려움은 어떻게 이겨내고, 포탄처럼 날아드는 번뇌와 서글픔을 또 어찌 삼키셨습니까. 그리고 마지막 순간엔 누구를 떠올리며 눈을 감으셨을까요.


친구여, 당신이 총탄을 피해 몸을 숨겼던 낡은 집은 이제 아이들이 뛰어노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잠시 가족의 사진을 꺼내보던 고단한 행군로는 이제 젊은이들의 자전거길이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지 못한 고향 마을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도시가 되었습니다.


친구여, 당신이 지켜낸 땅 위에서 나는 이렇게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당신이 지켜낸 땅 위에서 우리는 또 이렇게 윤택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친구여,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2020년 6월 25일 영웅의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