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아픈 기억 싹 지워주는 뇌 속 지우개 발견했다"

인사이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난 곧 모든 걸 잊어버리게 될 거야. 자기가 내 옆에 있어도 왜 있는지도 모르게 될 거라고"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주인공 수지는 사랑하는 남자인 철수와의 행복했던 기억을 점점 잊어가며 깊은 슬픔에 빠진다. 


그러나 반대로 헤어진 연인과 추억이 상처로 남은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이들 모두 상처라 여기는 기억을 지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 이야기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연구재단은 카이스트(KAIST) 김세윤 교수 연구진이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이노시톨 대사 효소를 제거함으로써 공포기억의 소거 현상이 조절되는 것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존스 홉킨스 의대, 뉴욕대, 컬럼비아 의대와의 국제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지난달 28일 권위 있는 세계적 학술지 'PNAS'에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기억의 밤'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워지는지'는 현대 신경생물학에서 핵심주제이다. 


특히 사람의 정신건강과 생활에 문제를 초래하는 공포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공포기억의 소거(extinction of fear memory)'의 심층연구가 필요하다.


'공포기억의 소거'란 단순한 기억의 소멸이라기보다 공포 자극에 동기화된 기억을 억제하는 또 다른 학습으로 여겨진다.


연구진은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 발현되는 이노시톨 대사효소가 공포기억의 소거 조절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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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사진 제공 = 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이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이노시톨 대사효소를 제거하자, 공포기억의 소거 반응이 촉진됐다. 


특히 이 효소가 제거된 생쥐의 편도체에서는 공포기억의 소거 반응을 전달하는 신호 전달계의 활성화가 동반됨이 확인됐다.


이노시톨 대사효소는 음식으로 섭취되거나 생체 내에서 합성된 이노시톨(포도당 유사물질)을 인산화해주는 효소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노시톨 대사가 기존에 알려진 세포의 성장, 신진대사뿐 아니라 뇌 기능 조절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인사이트(좌) 김세윤 교수, (우) 박진아 박사 / 사진 제공 = 한국연구재단


김세윤 교수는 "큰 사고나 트라우마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공포증 등 심각한 뇌 질환들에 대한 이해와 치료 타겟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이노시톨 대사효소의 신경계 신호전달 조절에 관한 분자적 작용과정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사업(선도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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