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우) CJ제일제당 더키친 블로그
한 조각이면 밥 한 그릇 싹 비운다는 '스팸'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
'따끈한 밥에'만 나와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스팸은 소비자들에게 언제나 사랑받는 밥 반찬이다.
적당히 짭쪼름하면서도 풍부한 맛으로 밥과 먹기에 딱 잘 어울리는 스팸은 캔 햄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불린다.
출시 후 지금까지 31년간 판매된 개수만 약 11억 개, 누적 매출은 3조 9천억원에 이른다. 후발업체들의 엄청난 공세에도 불구하고 5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명실상부 '1등' 브랜드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밥도둑'으로 통하는 인기 브랜드 '스팸'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재미난 사실을 소개한다.
1. 스팸은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만든 제품이 아니다
(좌) 호멜사의 스팸, (우) CJ제일제당 스팸 / 쿠팡 홈페이지,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스팸의 탄생은 미국 미네소타주의 육가공업체 '호멜사(Hormel Foods)'로부터 시작된다.
1926년 육류포장업자의 아들이었던 제이 호멜(Jay Hormel)은 비닐이나 종이 포장보다 유통도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캔' 포장을 생각해냈다.
이에 대형 캔에 포장된 돼지고기를 처음으로 선보인 후, 1937년 7월 5일 가장 처음 햄과 다진 돼지고기를 섞어 캔에 담은 '스팸'을 출시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전투 식량으로 스팸이 채택되면서, 미군이 간 모든 국가에 자연스럽게 스팸이 퍼지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한국에 파견된 미군 부대들에 의해 처음 스팸이 들어오게 됐다.
2. 스팸의 영어 어원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듣기만 해도 왠지 '햄'이라는 단어를 변형한 것처럼 느껴지는 '스팸'의 어원은 'Spiced Pork And Ham'이다.
이에 양념 친 돼지고기와 햄이라는 뜻의 'Spiced Pork And Ham'에서 앞글자만 하나씩 따서 줄이면 바로 SPAM(스팸)이 된다.
이는 호멜사가 공모전을 열어 채택한 이름이다. 연기로 익힌 햄을 깡통에 담은 제품을 소개할 당시 상금 100달러를 걸고 공모전을 열었고, 채택된 제품명 'SPAM'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3. '스팸' 대중화의 시작
1987년 7월 5일 CJ제일제당 스팸 출시 광고 이미지 /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고기는 고사하고 생선을 이용한 어육소시지인 '분홍소시지'마저 먹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점차 경제가 성장하면서 1979년 CJ제일제당은 시장전망이 밝은 육가공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경기도 이천 일대에 공장 부지를 마련했다.
1980년 첫 제품으로 선보인 '백설햄'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CJ제일제당은 더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1987년 '스팸'이 등장한다.
1986년 3월 CJ제일제당은 미국 호멜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이듬해인 1987년 6월부터 스팸을 생산했다.
4. '싸구려 캔 햄'이 '명절 선물'이 되기까지
Youtube 'CJ제일제당 (CJ Cheiljedang)'
처음 캔에 다져 넣었다는 '싸구려' 햄이 명절 선물이 되기까지에는 CJ제일제당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스팸은 처음부터 '미국산 고급 식품'이라는 이미지로 우리나라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
더불어 당시 경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부터 육류 소비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맞벌이 가정,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간편하게 먹는 스팸의 소비량은 더욱 늘 수 밖에 없었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부터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고기'를 선물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스팸은 '명절 선물'로 소비자에게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광고를 통해 '따뜻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문구와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킨 점은 스팸의 대중성을 확고히 한 '한 수'였다.
5. 미국의 '스팸'과는 맛이 다르다
충북 진천 CJ제일제당 육가공공장 클린룸 /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미국 호멜사의 스팸과 한국의 스팸은 완전히 맛이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CJ제일제당은 호멜사에 로열티비를 지급하고 '스팸' 브랜드명만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미국 호멜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생산했지만, 지금은 CJ제일제당만의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적용하며 진천 공장에서 직접 생산되고 있다는 것.
또한, 국산 스팸에는 국내산 돈육과 양념 부재료 등을 사용하고 짠맛을 줄이는 등 미국 스팸보다 더 한국인 입맛에 맞추려 노력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