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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니에 '수면제' 넣은 약 줄 때마다 죄책감 들어 눈물 쏟은 딸

통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치매 어머니에게 '수면제'를 먹여야 하는 딸은, 마치 자신이 편하려고 그러는 것만 같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인사이트

KBS 1TV '인간극장'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어린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가 하루아침에 아이가 됐다. 


불현듯 찾아온 치매는 어머니로부터 수많은 기억을 빼앗아 갔고 이제는 그토록 사랑하던 자식의 얼굴도 종종 알아보지 못한다.


자식이 아무것도 몰랐을 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였던 어머니처럼, 딸은 이제 치매 어머니를 그렇게 모시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지리산 자락에서 치매 노모를 모시고 사는 딸 이미란씨와 사위 문봉두씨의 일상이 전파를 탔다.


이날 미란씨 부부는 어머니를 모시고 치매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어머니는 의사의 질문에 곧잘 대답했다. 반찬도 해 먹고, 가스불 끄는 것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박또박 답하는 모습이 마치 치매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 같았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병원을 나서며 "여기가 어디냐?"고 되물었다.


집으로 돌아온 미란씨는 어머니에게 약을 건넸다. 여기엔 뇌 영양제, 우울증약, 그리고 수면제가 들어있다.


통 잠을 못 자는 어머니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처방받은 약이었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어머니에게 약을 먹이고 손수 잠자리를 봐주는 미란씨의 손길에 더욱더 정성이 묻어난다. 혹시나 잠자리가 불편할까 싶어 미란씨는 쉽게 방문을 나서지 못한다.


어머니에게 "방문 열어놨으니 필요하면 꼭 '미란아!'하고 불러요"라고 신신당부한 끝에야 미란씨는 침실을 나왔다.


사실 약을 먹으면서 미란씨는 어머니 돌보기가 꽤 수월해졌다.


약을 먹기 전 어머니는 밤 11시, 12시가 되도록 잠 못 드는 것은 기본이고 새벽 1시, 2시 등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났다.


덩달아 미란씨 부부도 어머니를 돌보느라 밤잠을 설쳤고 제대로 된 일상이 불가능했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당시 미란씨는 유방암 수술 직후 치매 어머니를 돌봐야 했을 만큼 고단한 때였다.


그런 일이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면서 결국 어머니는 수면제가 든 약을 먹기 시작했다.


미란씨는 "처음엔 그 약을 (어머니께) 드리는데 의사 선생님에게 처방을 받았더라도 죄책감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마치 자신이 편하려고 이 약을 어머니에게 먹이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은 미란씨였다. 그새 미란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누구도 미란씨에게 잘못했다고 손가락질하지 않지만 딸 된 도리로서 잘 해내고 있는 건지 미란씨는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인사이트KBS 1TV '인간극장'


시도 때도 없이 자식의 이름을 까먹고, 엄마를 찾으러 가겠다며 집밖을 나서는 어머니.


아픈 어머니인 줄 알면서도 미란 씨는 눈물 마를 새가 없다. 그런데도 미란씨는 그저 어머니가 자신 곁에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어머니를 보며 힘을 얻는다. 


노년에 찾아온 망각이 부디 어머니에게 슬픔이 아닌 기쁨이 되길, 그리고 지금처럼 어머니가 그 자리에 머물며 딸 미란씨에게 힘이 되어주길 모두가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