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4일(토)

'상고 출신' 행원에서 '매출 39조'짜리 거대 금융지주 회장 자리까지 오른 남성

인사이트사진제공 = KB금융지주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상고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고 매출 39조원의 거대 금융지주사를 이끌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다.


외환은행 행원 생활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부행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그리고 KB금융 부사장을 거쳐 KB금융지주 회장 자리까지 오른 그의 이름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다.


1955년생으로 올해 만 63세인 윤종규 회장은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외환은행에 들어가 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윤종규 회장은 고졸이라는 학력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주경야독으로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다니며 학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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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윤종규 회장은 행정고시에 응시해 2차까지 합격했지만 대학생 시절 학내 시위와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하는 인생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1980년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윤종규 회장은 1986년 상무이사로 선임됐고 이후 전무이사와 부대표까지 역임하는 등 초고속 승진했다.


윤종규 회장과 KB국민은행과의 인연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2002년 국민은행에 영입된 윤종규 회장은 재무전략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2년 뒤인 2004년에는 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이 되었으나 국민카드 흡수합병 관련 회계처리 문제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종규 회장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2005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가 5년간 상임고문으로 일했다. 그리고 2010년 8월 KB금융지주 최고재무관리자(CFO) 부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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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4년 10월 22일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지주 4대 회장으로 내정됐다. KB국민은행 은행장도 겸임했다.


지난해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은 현재 허인 KB국민은행장에게 은행장을 맡기고 매출 39조원의 거대 금융지주사를 이끌고 있다.


금융 업계에서는 윤종규 회장에 대해 '강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B금융사태로 흔들렸던 경영구조를 개편하고 순이익 호조와 비은행계열사 인수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012년 금융권에 국제회계기준(IFRS) 회계 방식 도입 이후 신한금융을 앞지른 적이 없던 KB금융지주의 실적을 크게 상승시켰다.


지난해 KB금융지주 매출은 39조 2293억원, 영업이익 4조 160억원이었다. 매출 26조 8400억원에 영업이익 3조 4932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을 앞지른 실적이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KB금융지주


17일 기준 시가총액에서도 KB금융지주(22조 8,707억원)가 신한금융지주(21조 5,287억원)를 앞서고 있다.


내부 정통한 전략가로 통하는 윤종규 회장은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동남아 시장 현지에 특화된 금융모델을 통해 시장 지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을 정도다.


그렇다고 마냥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가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부정하게 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신규 채용 당시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에서 300명 중 273등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2차 면접에서 최고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종규 회장의 조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이 성적조작 등 비리 증거를 찾지 못해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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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장의 목표는 KB금융의 경영정상화는 물론 국내 금융그룹 '리딩뱅크' 탈환이다. 실제로 지난해 9년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KB금융지주가 노동조합과 이사회 간에 마찰을 겪으면서 윤종규 회장의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달 18일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 불만과 윤종규 회장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지난 2일에는 윤종규 회장의 채용비리 불기소 처분과 관련 다시 수사할 것을 요구하는 항고장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접수해 노사간의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2018년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 개최를 통해 지속 가능한 혁신 성장을 강조한 윤종규 회장이 과연 노사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리딩금융그룹의 지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