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22년간 뇌성마비로 누워있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벌떡 일어났다

인사이트EBS '메디컬다큐-7요일'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무려 22년간 병실에 누워있던 환자가 약을 바꾸자마자 두 다리로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의사가 내린 오진으로 '뇌성마비'인 줄 알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한 세가와병을 앓고 있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EBS '메디컬다큐-7요일'에서는 22년이라는 긴 절망 끝에 다시 걷게 된 기적을 얻은 찬규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올해 24살이 된 찬규씨는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두 발로 걸어본 기억이 없다. 두 살 때 잦은 경련과 마비가 반복됐고 이 증상은 다리를 시작으로 양팔, 얼굴에까지 퍼졌다.


인사이트EBS '메디컬다큐-7요일'


병원을 찾은 찬규씨에게 내려진 병명은 '뇌성마비'. 뇌가 손상돼 운동 기능이 마비된 상태를 일컫는 질환이다.


여러 병원을 오갔지만 하나같이 '뇌성마비'라는 판정을 받았고 그렇게 찬규씨는 20년이 넘도록 휠체어 생활을 해야했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대부분의 뇌성마비는 지적장애를 동반한다. 하지만 찬규씨는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지적장애는 아니었다.


때문에 찬규씨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뇌성마비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TV에서 한 여성이 뇌성마비로 13년간 누워있다가 세가와병을 진단받고 다시 걷게됐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인사이트EBS '메디컬다큐-7요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병원을 찾은 찬규씨는 의사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도파민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아 뇌성마비가 아닌 세가와병 또는 근긴장이상증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은 것.


여러 차례의 정밀검사 끝에 찬규씨는 세가와병을 확진 받았다. 찬규씨와 찬규씨 아버지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세가와병에 걸린 건 이들 부자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동반하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물론 더욱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일이다. 처음부터 세가와병을 진단 받았다면 찬규씨의 인생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터다.


인사이트EBS '메디컬다큐-7요일'


그러나 찬규씨와 찬규씨 아버지는 분노와 절망보다는 희망을 선택하기로 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그것마저 기적이라 생각하는 부자다.


세가와병 치료에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찬규씨는 어느덧 혼자 서고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는 "24년간 못걸어봤으니 그 24년만큼 노력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