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는 까먹어도 평생 사랑해준 남편은 절대 안 잊는 '치매' 아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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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메디컬다큐-7요일'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여보, 나는 당신을 못 잊소"


자식도 잊고 날짜도 잊고 세상살이 모든 걸 하나씩 기억 속에서 지우고 있지만 단 한 사람, 남편만은 잊지 않는 치매 아내가 있다.


지난달 20일 EBS '메디컬다큐-7요일'에는 한결 같은 사랑으로 70년을 살아온 한 노부부의 가슴 뭉클한 사연이 전파를 탔다.


강원도 영월군의 한 마을,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잉꼬 부부가 있다. 


두 손을 꼭 잡고 외출에 나선 부부는 올해 85세 방봉구씨와 이옥출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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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아내는 치매를, 남편은 담낭염을 앓고 있다. 봉구씨는 궂은 날이 아니면 매일 아내를 위해 하루 2번씩 산책에 나선다.


바깥 구경도 시켜주고 좋은 공기도 쐬어주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다. 혹여나 춥지는 않은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봉구씨는 종일 아내에게만 시선을 쏟는다.


아내 옥출씨는 5년 전부터 기억을 깜빡깜빡하더니 2016년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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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어린 나이에 동갑내기로 결혼한 두 사람은 가난한 살림을 함께 일구며 평생을 살아왔다.


자식 다섯을 모두 건사하고, 이제 좀 마음 편히 쉬어볼까 했는데 갑자기 아내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봉구씨는 "시집와서 꼭 70년이 됐는데, 좋은 구경도 한 번 못 시켜주고 맛있는 밥도 못사 줬다"며 젊은 시절 고생만 했던 아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마음의 죄를 조금이나마 씻어보려 봉구씨는 화 한 번 내지않고 치매 아내를 돌본다.


자식들도 있지만 노부부는 "아이들 바쁜데 (우리가) 짐이 되잖아요"라며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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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내를 보살피고 있지만 사실 봉구씨도 몸이 성한 것은 아니다. 담낭염을 앓고 있는 봉구씨는 염증 때문에 쓸개가 풍선 부풀듯 불어 있는 상태.


패혈증까지 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결국 봉구씨는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남편은 아내 걱정뿐이다.


자신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아내가 혹여나 잘못될까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봉구씨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봉구씨가 수술방에서 나오자 옥출씨는 한달음에 남편이 있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자식 이름도 까먹었지만 남편이 '아프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남편 곁에 자신이 있어야 하다는 걸 아내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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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에서 막 깨어난 봉구씨가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자신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남편이 힘없이 누워있다.


아내는 남편이 세상을 떠날까봐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두렵다. 옥출씨는 더욱 간절히 남편에게 "눈 좀 떠봐요"라고 외친다.


혹시나 아내 때문에 봉구씨가 흥분 상태에 빠질까봐 결국 의료진은 옥출씨를 중환자실 밖으로 안내했다.


남편을 병원에 두고 집으로 돌아온 옥출씨는 봉구씨와 함께 손잡고 걸었던 동네를 배회하며 남편 생각만 한다. 


혼잣말로 "보고싶다"고 되뇌이는 옥출씨는 자식들에게 언제 병원에 갈거냐며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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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씨가 의식을 찾았다는 소식에 아내가 다시 병원을 찾았다. 봉구씨는 옥출씨를 보자마자 "내가 병원에 있어 미안하다"며 손을 꼭 잡는다. 


다시 남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아내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남편의 손을 꼭 잡은 아내가 "아파?"라고 묻자, 봉구씨는 힘겹게 "안 아파"라고 답했다.


봉구씨는 아내에게 "세상 끝날 때까지 같이 있고 싶다. 남은 세상 둘이 같이 손잡고 잘 살자"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해. 많이 사랑해"라고 고백했다.


옥출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매인 아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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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EBSDocumentary (EBS 다큐)'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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