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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아들이 목에 걸어준 순간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위대한 선수들 뒤에는 언제나 희생과 헌신을 마다치 않은 '누군가'가 있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TV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화려하게 막을 올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이제 폐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강원도 설원과 빙판에서는 4년간 흘린 땀의 결실을 맺기 위한 선수들의 투혼이 펼쳐졌다.


마지막이라 생각한 올림픽 무대에서 '은메달'이란 값진 성과를 낸 선수가 있는가 하면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적을 바꾼 '푸른 눈의 한국인'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입양아도 있었다.


선수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마음가짐으로 올림픽에 나섰다. 이렇게 수많은 다양함 속에서도 꼭 선수들의 소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인사이트기도하는 윤성빈 선수 어머니 / 연합뉴스 


인사이트SBS '비디오머그' 


"딸아, 엄마는 항상 너를 믿는다. 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즐기길 바란다"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밤 최민정은 입소하기 전 고이 챙겨둔 엄마의 손편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 4년간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최민정을 덮칠 때마다 그는 '즐기면 된다'는 이 마법의 주문 같은 편지를 읽었다.


다음 날 최민정은 500m 실격이라는 뼈아픈 순간을 이겨내고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눈물이 환희가 되는 순간, 최민정은 엄마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인사이트SBS '힐링캠프' 


인사이트김아랑 선수의 어머니 신경숙 씨, 아버지 김학만 씨 / 연합뉴스


윤성빈의 어머니는 일찍 남편을 보내고 홀로 아들을 키웠다. 이상화의 어머니는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에서 봉제일을 하며 막내딸을 뒷바라지했다.


쇼트트랙 '맏언니' 김아랑의 아버지는 15년간 낡은 트럭 하나에 의지해 창틀 설치일을 하며 딸의 훈련비를 벌었다.


아이스댄스 겜린의 부모님은 아들이 계속해서 피겨를 할 수 있도록 노후자금을 내놨고,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클로이 킴에게는 딸의 훈련을 위해 생업도 포기한 아버지가 있었다.


올림픽 영웅의 탄생 뒤에는 언제나 희생과 헌신을 마다치 않는 가족들이 있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Instagram 'atsports2'


비단 혈연으로 얽힌 '가족'만 일컫는 것은 아니다. 여기, 한 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또 하나의 식구(食口)가 있다.


금메달을 따고도 큰 감정동요 없이 덤덤했던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이 눈물을 쏟은 건 스승님 앞에서였다.


그는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이용 감독에게 자신이 딴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며 울컥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윤성빈이 트랙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을 때 가장 먼저 눈물을 쏟았던 이용 감독은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상한 아버지처럼 윤성빈의 버팀목이 돼주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썼는지, 이용 감독은 경기 이후 "성빈아, 이제 한달만 좀 쉬자.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사이트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고개 숙인 백지선 감독 / 연합뉴스 


인사이트세라 머리 총감독 / 연합뉴스 


남북단일 대표팀을 이끌며 서로 달랐던 선수들을 하나로 만든 아이스하키 세라 머리 총감독은 모든 경기가 끝나자 참아왔던 눈물을 닦았다.


갑작스러운 변수에도 잘 따라준 선수들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서였다. 머리 감독은 주변의 우려를 떨쳐내기 위해 남북 선수들을 빠르게 하나로 뭉쳤다.


전력 분석에 열성이었던 북한 선수들의 질문을 꼼꼼하게 답해주고, 훈련이 없는 날에도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했다.


4전 전패라는 성적을 냈지만 사력을 다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고개숙여 존경을 표한 감독도 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백지선 감독은 마지막 경기마저도 패하고 실의에 빠진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쳤다. 코치진과 선수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그간의 고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진짜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며 호흡을 맞춰왔기에 나눌 수 있는 감동이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SBS 


시상대에 메달을 거머쥔 선수들이 올라섰다. 스포트라이트는 환희에 찬 선수들을 비춘다.


선수들이 우뚝 설 수 있도록 묵묵히 피땀 흘리던 수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무대 아래 서있다.


이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낼 차례다. 올림픽 메달을 함께 목에 걸 진짜 주인공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