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뭉클하게 만든 이상화-고다이라 선수의 '10년 우정'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관중석을 감동케 한 이상화, 고다이라 선수의 우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승전 후 서로를 꼭 끌어안은 이상화와 일본 고다이라의 우정이 관중석을 감동케 했다.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개최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승전에 '세기의 라이벌'로 거론되는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출전했다.
두 선수 모두 최선을 다해 빙판 위를 질주했다. 결과는 이상화가 37초33으로 은메달, 고다이라가 36초95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상화는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음에도 아쉬움의 눈물을 펑펑 흘려 관중석을 안타깝게 했다.
그 순간 고다이라가 손을 내밀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의 손을 꼭 잡으며 어깨를 토닥여줬고 이상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이상화에 대한 고다이라의 배려는 경기 중간에도 이어졌다. 고다이라는 14조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뒤 간단한 세레머니로 관중석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고다이라는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고 다음 조인 15조에서 경기를 펼칠 이상화를 위해 관중들에게 정숙을 부탁했다.
관중들을 가슴 뭉클하게 만든 두 사람의 우정은 사실 10년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중학교 시절 만난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선의의 경쟁을 펼쳐오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왔다.
이상화가 먼저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2010년 벤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14년 소치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고다이라는 벤쿠버 대회와 소치 대회에서 각각 12위와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6-2017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 이상화는 부상으로 인해 전성기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2016년 11월 나가노 대회에서 2위, 12월 헤이렌베인 대회에서 8위에 그쳤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간 우정이 본격적으로 싹트는 계기가 됐던 '택시비' 일화도 유명하다.
이번 대회 직후 인터뷰에서 고다이라는 "3년 전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상화가 택시비를 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겼기 때문에 기분 안 좋을 수 있었는데 항상 친절하게 도와줬다"며 "훌륭한 선수고 좋은 친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상화는 "예전에 같이 버스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다가 고다이라가 '평창에서 네가 1등, 내가 2등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 있다"고 언급했다.
이상화는 "나 또한 고다이라에 반대로 얘기해줬는데, 이번 대회에서 정말 그렇게 됐다"고 밝히며 애정을 과시했다.
두 사람이 세계 정상에서 1, 2위를 다투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라이벌 효과'를 꼽는 의견이 많다.
라이벌로 인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크지만, 두 선수 모두에게 서로가 큰 도움이 됐을 거라는 의미다.
이상화는 향후 대회 출전 가능성에 대해 "지난해에 고다이라에게 베이징 갈 거냐고 물어보니 '네가 하면 하겠다'고 했다"며 "그땐 재미로 넘겼었다. 일단 제대로 쉬고 싶다"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