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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번도 '불매 운동'에 성공한 적이 없다"

최근 옥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불매 운동이 성공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옥시에 대한 '불매 운동'은 확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이게 소용이 있을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금은 옥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세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번 사건도 잊혀질 것이고, 옥시가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또다시 옥시 제품을 살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사례가 있다. 불과 3년 전 소비자들이 대대적으로 불매 운동을 벌였던 남양유업이 바로 그 예다. 

 

지난 2013년 대리점에 대한 막말 등으로 '갑질' 파동이 일어났던 남양유업은 2016년 1분기 현재 매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 파동 당시 남양유업은 거센 소비자 불매 운동으로 인해 잠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대대적인 판촉 행사와 '초코에몽' 등 성공작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다시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2016년 들어 1위를 다시 탈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은 '과거'를 잊었다. 

 

OB맥주

 

이는 기시감이 있는 현상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에 나선 바 있지만 제대로 '심판'을 받은 기업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나마 불매 운동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OB맥주의 경우도, 'OB맥주'라는 브랜드만 몰락했을 뿐 같은 회사의 다른 브랜드인 '카스'가 대한민국 대표 맥주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했다. 

 

롯데제과의 경우도 여러 이유로 꾸준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강력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한국에서 큰 소득을 올리고 있다. 

 

거꾸로 엉뚱한 기업이 억울하게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일도 있다.

 

삼양라면 / YouTube

 

삼양라면과 몇몇 만두 업체가 그 예시다.

 

삼양라면은 '한국 최초의 라면'으로 출시돼 내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우지파동'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삼양라면은 무죄를 입증했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었다. 억울한 일이지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때문에 회사는 존폐 위기에 처했을 정도였다.  

 

또 지난 2004년에 있었던 '쓰레기 만두 파동'도 마찬가지다. 

 

당시 언론이 몇몇 만두 제조 업체가 쓰레기나 마찬가지인 재료로 만두를 만든다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소비자 불매 운동의 결과 애꿎은 만두 제조 업체들만 줄도산에 이르렀다. 

 

왜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걸까. 소비자들이 장기간 불매운동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연합뉴스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마트와 주위에서 접하기 쉬운 제품들을 장기간 외면하기에는 큰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소비자 운동 관련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장기간 불매운동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특히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거나 수년 이상 적자를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자금력이 되는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극복할 여력이 된다"고 설명한다. 

 

반면 몇년 전 줄도산 했던 만두 제조업체의 경우, 무죄를 입증하기까지 수년이나 버틸 정도의 여력이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옥시는 70명 가량의 사망자와 100여명의 피해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후 5년 만에 사죄의 뜻을 밝혔다. 

 

옥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이로 인한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대기업'이 아닌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하는 불매운동이다. 더 큰 '괴물'과 싸워야 하는 셈이다.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또다시 옥시가 브랜드 명을 바꾸고 저렴한 가격에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벌이면 한국 소비자들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보상과 확실한 사후 처리가 있을 때까지 불매 운동이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