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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5만원 내고 일가족 뷔페 먹고 간 동창생

결혼을 많이 하는 5월이 되자 또다시 축의금과 관련된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gettyimagebank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5월이 되면 많은 커플들이 결혼식을 올린다. 

 

일년 중 봄이 되면 심심찮게 청첩장을 받게 되는데, 적잖게 나가는 축의금을 생각하면 솔직히 반갑지만은 않다.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 날' 등 돈 나갈 행사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나 그들을 축복하느냐'가 아닌 축의금 액수로 '우정'과 '친분'이 평가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하지만 이런 볼멘소리는 비단 축의금을 내는 쪽에서만 나오는게 아니다. 

 

축의금을 받는 신혼 부부들도 아쉬운 소리를 한다. '돈'가지고 치사하게 구는 것 같지만 결혼식에 쏟아붓는 엄청난 액수를 생각하면 예민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5월이 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축의금'과 관련된 빈정 상하는 사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친구가 가족 4명과 함께 본인 결혼식에 와서 축의금 5만원 내고 밥만 먹고 갔다'는 사연이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사연을 올린 A씨는 양심을 운운하며 "사정이 어렵더라도 '밥값'은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는데,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친구의 행동이 상식에 어긋난 것이 맞다"며 A씨의 화(火)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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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번 뿐인 결혼식에 '수천만원'을 투자했으니, 손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돌려받는게 마땅하다는 일명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심리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30분만에 뚝딱 치르는 예식 비용으로 평균 3,000만원 정도를 쓴다고 한다. 

 

여기에 집, 혼수, 예물 등 비용까지 합치면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평균 '2억 7천만원'이 필요하다.

 

이쯤되면 웬만한 집안의 전 재산을 '결혼식'에 쏟아붓는 격이다. 이렇다 보니 당연히 '축의금'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즉 '행복'하기만 해도 벅찬 결혼식을 끝내고 나면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는데 "누구는 통 크게 얼마를 냈네. 누구는 쪼잔하게 얼마를 냈네~"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려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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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겉으로만 행복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가 옳은 것일까?

 

허례허식 가득한 실속 없는 결혼식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그동안 나갔던 '본전'이 생각났는지 사람들은 쉽게 고치지 못했다. 그동안 뿌린 게 있으니 거둬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또 '남들에게 꿀리기 싫다', '남들 만큼은 해야지' 같은 그릇된 경쟁 심리와 과시욕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혼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고, 정말 축복받기를 원한다면 소박한 결혼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상황이 안좋을 때는 더욱 그렇다

 

원빈과 이나영은 소박한 결혼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사진 = 이든나인

 

몇 해 전부터 한편의 '쇼'가 아닌 진정으로 '축복'받을 수 있는 결혼식을 올리자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나영·원빈, 이효리·이상순, 구혜선·안재현 등 유명 연예인 커플이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면서 '스몰 웨딩'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아직은 소수에 그치고 있지만 작은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결혼의 참된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소박하지만 뜻깊은 '스몰 웨딩'의 정착을 진심으로 바라본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