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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나온 소녀의 절규마저 외면한 '고집불통' 대통령

100만 시민들이 모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귀를 막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인사이트(좌)오마이TV, (우)연합뉴스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지난 12일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 중 한 초등학생 소녀의 발언이 관심을 모았다.


게임을 즐기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광화문에 나와 박 대통령을 비판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 학생을 포함해 수많은 국민들이 하야를 촉구하며 박 대통령을 질타했지만, 여전히 귀를 막고 대답이 없다. 이젠 버티기에 나서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불통(不通)'은 지도자 박 대통령을 함축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이런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줄곧 소통하지 않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처단한 이른바 '배신의 정치' 사건을 지켜보며 '독재자'와 다를 바 없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과 정치권은 깜짝 놀랐다.


어디 그 뿐인가. 성주 군민들을 외면한 채 사드 배치 결정을 강행했고, 청문회에서 '부적격' 의견을 받은 측근 조윤선 씨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하는 일방적 인사를 단행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과 단 한 번의 독대 없이 위안부 협상을 진행했다. 그 사실이 밝혀지며 현 정권 국정 운영의 민낯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그런 와중에도 박 대통령은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은밀히' 내통하며 폐쇄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인사이트한국일보


인사검증 실패가 명백히 드러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비호하기 바빴으며, 최측근이라 일컬어지는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이라는 사적 네트워크를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놀랍게도 국정을 운영하는 중심엔 언제나 '일반인' 최순실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논의와 설득 과정을 생략한 채 국정 운영을 고집하며, 단지 국민들이 자신들의 결정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만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결국 자신에 대한 '부정(否定)'을 '부정(不正)'으로 여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4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고집쟁이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도 절대 그 자리에서 내려올 사람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고집불통'을 방증했다.


인사이트한겨레


박 대통령은 감언이설(甘言利說)을 내뱉는 사람만 곁에 두며, 듣기에 불편하지만 도움되는 '고언(苦言)'하는 사람을 모두 기피했다. 그 결과 비상식적인 '비선 통치'만 일삼아 온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권력을 오남용하는 지도자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한 국민들에게 더이상 '악어의 눈물'과 거짓된 사과는 통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듣지 않는 대통령에게 100만의 국민들은 '민의(民意)'를 보여주기 위해 광화문으로 모이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오는 19일에는 더 많은 국민들이 모일지도 모른다.


이제 박 대통령은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할 때다. 남은 임기 동안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지금 박근혜 정부는 국정 지지율이 바닥까지 추락하며 지난 1987년 6월 항쟁과 맞닥뜨린 군부 정권 이래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민주주의(民主主義) 국가에서 국가의 주인 국민의 말을 무시한다면, 국민들은 6월 항쟁을 뛰어넘는 '뜨거운 분노'를 표출할 것이다.


권위를 잃고 방황하는 '절름발이 오리'의 발목은 누가 잘랐을까?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이다.


국민과의 소통의 고리를 끊으며 스스로 발목을 자르고, 최순실이라는 목발을 짚으며 동정을 호소하는 '절름발이 오리'는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