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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카스테라 만들어 이웃과 빵 나누는 '7남매'

2009년 막내딸이 태어나 구에서 100만 원의 축하금을 받은 뒤부터 '빵 봉사'를 하고 있는 조병상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정유년 새해 15일 인천시 서구 연희동 행정복지센터에는 달콤한 카스텔라 향이 한가득 퍼졌다. 매달 한 번씩 돌아오는 '빵 굽는 일요일'이다.


어두컴컴한 센터 지하 회의실에 제빵 기계가 놓이고 밀가루며 계란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구청에서 일곱째를 낳았다고 뜻밖의 출산축하금을 줬는데 이 돈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빵 나눔을 시작했죠"


서구에서 전문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조병상(50) 씨는 20대 시절 서울 강동구 천호동 큰매형이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5년 넘게 일하며 제과제빵 기술을 익힌 숨은 고수다.


7남매 중 막내딸을 출산하자 구에서 지급한 축하금 100만원이 '빵 나눔'의 단초가 됐다.


현금을 기부할 수도 있지만 7남매가 직접 빵을 만들어서 어려운 어르신들과 가정에 나누면 더 가치 있는 나눔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당시 연희동 주민자치위원으로 매주 짜장면 나눔 봉사를 하던 그는 주민센터에 제빵 기계를 기부하고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센터 측에서도 흔쾌히 지하 회의실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내줬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후 8년째 이어져 온 '사랑의 빵 만들기 봉사'에는 매번 20∼30명의 봉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7남매와 자원봉사자들은 매달 한 차례 직접 만든 빵 400여 개를 소외계층과 어려운 어르신 100여 가구와 노인정 3곳에 배달한다.


노인정에는 항상 조 씨 가족이 직접 찾아가 배달하고 발걸음이 어려운 곳에는 동사무소 직원들이 나간다.


아이들은 빵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서 재미와 뿌듯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며 봉사의 즐거움을 전했다.


셋째딸 조소희(16) 양은 "빵이 구워질 때 부푸는 게 너무 신기해서 오븐 앞에서 멍하니 보고 있던 생각이 난다"며 "처음 노인정에 가서 어르신들께 빵을 나눠드렸을 때 맛있게 드셔서 정말 감사하고 뿌듯했다"고 했다.


새해 조 씨의 목표는 빵 나눔을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봉사 활동으로 만들 수 있도록 '희망 나눔 재단'을 꾸리는 것이다.


재단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들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학업 여건과 의료비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싶은 게 소망이다.


그는 18일 "그 친구들이 성장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희망을 나눠줄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게 있을까 싶다"며 "우리 7남매도 빵 봉사를 통해 오히려 이웃들로부터 사랑을 전달받고 있다"고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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