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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설득에 한국 귀화했는데 통역도 없이 훈련하는 '바이애슬론' 랍신

우리나라 연맹의 설득으로 귀화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랍신이 그간 통역도 없이 훈련해왔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인사이트SBS스포츠 '푸른 태극전사 외전'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푸른 눈의 태극전사' 랍신이 그간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해왔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방송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 SBS스포츠 '푸른 태극전사 외전'은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의 사연을 조명했다.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랍신은 세계 챔피언까지 등극할 정도로 실력 있는 유망주였다. 


그러나 파벌 싸움에서 밀려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바 있는 '러시아 판 안현수'라 불리는 선수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랍신은 이후 러시아의 이웃 국가 우크라이나로의 귀화를 결정,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이 랍신과 접촉해 끈질기게 설득하고, 결국 랍신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가 아닌 우리나라로의 귀화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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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스포츠 '푸른 태극전사 외전'


천신만고 끝에 태극마크를 단 랍신은 그렇게 우리나라 남자 바이애슬론의 유일한 태극전사가 됐다.


이날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장을 찾은 취재진의 카메라에 비친 랍신은 다소 외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박철성 대한민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감독이 곁에 있었지만 공기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박 감독과 랍신은 말없이 각자의 할 일만 했다.


대화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랍신은 "감독님이 좋다. 잘 해준다. 내가 부상을 입고 수술했을 때 이틀간 곁을 지켜주기도 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감독 또한 "랍신이 다쳤을 때 내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하며 선수를 지극히 생각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문제는 언어였다. 두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할 역할인 통역이 없었다. 랍신과 박 감독은 손짓과 표정으로 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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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스포츠 '푸른 태극전사 외전'


훈련장뿐만 아니라 선수촌 자체에 전문 통역이 없어 랍신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5월 무릎 부상을 당한 랍신은 "여기서는 제 상태가 어떤지 설명을 못 해준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이날 촬영 차 선수촌을 찾은 통역 스태프에게 그간 궁금했던 점들을 전부 적어 건네며 전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장면은 이후에도 있었다. 랍신의 진료비를 박 감독이 내고 있었던 것이다.


박 감독은 "보험 청구를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방법이 없어 내가 대신 계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600만원 정도 들어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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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스포츠 '푸른 태극전사 외전'


랍신을 비롯한 귀화 선수들은 이처럼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전하고 있다.


실제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귀화 선수 알렉산더 겜린의 경우 지금까지 선수 생활에 필요한 비용 대부분을 자비로 해결했다.


한쪽에서는 한국계 외국인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가운데, 태극마크를 단 우리나라 귀화 선수들을 향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티모페이 랍신 선수는 이번 평창 무대에 한국 선수로서 홀로 바이애슬론 종목에 출전, 스프린트 16위 등 한국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올림픽 직전 부상을 겪은 데다 통역도 없이 힘들게 훈련해온 랍신. 그의 빛나는 투혼 덕에 한국 설상에 굵직한 발자취가 남았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