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3일(목)

적자 폭 44% 키운 두산로보틱스...혁신 구호보다 앞선 건 '지분 팔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사적 역량을 모아 AX를 가속하자고 주문했다. AI 기반 경쟁력이 기업 간 격차를 가를 것이라며 기존 제품의 지능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포트폴리오 확장을 강조했고, 발전 기자재·건설기계·로봇 분야의 제조 역량과 하드웨어 데이터는 피지컬 AI 시대 두산의 강점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그룹의 자금조달 흐름을 보면 박 회장이 미래로 제시한 사업과 실제 돈이 움직인 방향은 다소 달라보인다. 


분당두산타워 / 사진제공=두산그룹


㈜두산은 지난해 12월 23일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1170만주를 처분해 9477억원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밝힌 목적은 M&A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다. 실제로 올해 2월 27일 기준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68.11%에서 50.06%로 18.05%p 낮아졌다. 박 회장이 로봇을 포함한 AX를 그룹의 미래 축으로 내세운 뒤, 실제로 확인된 변화는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 하락이었다.


지난해 12월 17일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지분 유동화에 나섰다. M&A를 성공시키기 위한 지분 매입에 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거래가 본격화한 직후 ㈜두산이 두산로보틱스 지분 처분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두 시점은 자연스럽게 함께 거론된다.


두산로보틱스는 2025년 연결 기준 잠정실적에서 매출 330억원, 영업손실 5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29.6% 줄고 손실은 44.3% 늘었다. 회사는 연구개발 인력 채용과 미국 로봇 솔루션 엔지니어링 업체 원엑시아 인수, 글로벌 제조 경기 둔화와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을 배경으로 들었다. 


박 회장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강조하는 가운데 가장 먼저 확인된 것은 해당 사업의 실적 개선보다 지분 유동화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두산로보틱스는 원엑시아를 미국법인과 합병해 북미와 글로벌 시장 확대의 거점으로 삼고, 올해를 지능형 로봇 솔루션 사업 확대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회사 설명대로라면 지금은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서 소프트웨어와 AI 기능이 결합된 지능형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다만 기술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자 효과가 언제 매출과 손익으로 이어질지가 결국 실적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반면 두산밥캣은 여전히 그룹 내 현금창출력의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두산밥캣은 2025년 매출 61억8200만달러, 영업이익 4억8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사회는 결산배당금 500원을 더해 연간 총배당금을 1700원으로 확정했고, 주주환원율도 40.4%로 결정했다. 시장 둔화 속에서도 최소배당 1600원과 연결 순이익의 40% 환원이라는 약속을 이행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룹 안에서 누가 현금을 만들고 있는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를 독립된 성장 서사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 다시 고개를 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두산그룹은 2024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했다가 철회했고,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상장 폐지하려던 계획도 접었다. 그 기억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두산로보틱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전에 지분 유동화가 먼저 이뤄졌다. 로봇의 미래를 설명하는 말보다 로봇 지분이 움직인 방식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