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28일(수)

폭행 흔적 CCTV에 있는데... '남친'이라는 거짓말에 성폭행 피해 막지 못한 경찰

지난 2024년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직장동료 준강간 사건 재판에서 경찰이 피해 발생 전 폭행 의심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7일 뉴시스에 따르면 피해여성 A(26)씨는 지난 2024년 6월 28일 새벽 남양주시 자신의 거주지에서 직장동료 B(42)씨로부터 만취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사건 전날인 6월 27일 오후 9시15분쯤 직장 회식에서 만취한 A씨를 귀가시키겠다고 하며 부축해 데려간 후 A씨 집에 함께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A씨와 B씨는 약 2개월간 교제하다가 사건 2주 전인 6월 13일 A씨가 이별을 통보하면서 관계가 끝난 상태였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B씨는 A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도착한 후 승강기에서 내리려 하지 않는 A씨를 강제로 끌어내렸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저항하는 A씨를 폭행하며 집 비밀번호를 요구했고, A씨는 약 20분간 복도에서 B씨를 떼어내려 버텼습니다.


이 소음을 들은 이웃주민은 112에 "남녀가 싸우는지 시끄럽고, 여자가 남자에게 맞았는지 울고 있다"며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B씨는 A씨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 상황이었습니다.


B씨는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자신이 남자친구이며 A씨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운 것이라고 거짓말했습니다. 경찰은 B씨의 말을 믿고 방 안에서 A씨와 또 다른 직장동료 여성 C씨가 모두 술에 취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B씨를 그대로 둔 채 현장을 떠났습니다. A씨는 몇 시간 후 만취 상태에서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웃주민의 신고에는 폭행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장소도 피해자 집 앞이었습니다. 폭행 사건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가 우선되어야 하므로 현장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남양주남부경찰서 측은 뉴시스에 "신고자가 최초 신고 후 약 40초 뒤에 문자메시지로 재차 '끝났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며 "신고자가 괜찮다고 했지만 집 안까지 들어가 상태를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또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이 모두 남자여서 술에 취한 여성들을 흔들어 깨워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외상 등 범죄가 의심되는 흔적은 없었다"며 "B씨의 인적사항 부분은 현장에서 당연히 확인했겠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 출동수첩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신고자인 이웃주민에게 연락해 신고 내용을 확인하지도, 폭행 장면이 촬영되었을 건물 CCTV를 확인하지도 않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날 경찰관들이 확인하지 않은 건물 CCTV에는 A씨가 폭행당하는 장면과 1층에서 B씨에게 추행당하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되어 있었으며, 이 영상은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사용됐습니다.


피해자 A씨는 재판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웃주민이 신고해) 경찰관이 도착한 것을 보고 안심해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남양주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출동 경찰관들이 판단해 조치한 사항이고, 조치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여성이 술에 취해 피해 확인이 불가능했고, 주거지는 사유공간인 만큼 남녀가 함께 있다고 어떤 관계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뉴시스에 전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준강간과 상해 혐의로 기소된 B씨는 최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