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28일(수)

희귀질환 13세 환아, 엄마 간 이식 후 '면역억제제' 중단... 국내 첫 성공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희귀 난치성 질환인 과호산구증후군을 앓던 13세 환아에게 어머니의 간과 조혈모세포를 순차적으로 이식해 면역억제제 복용을 완전히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26일 서울아산병원은 김혜리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 오석희 소아청소년과 교수, 남궁정만 소아외과 교수팀이 과호산구증후군으로 간경변증이 진행된 환아에게 동일 공여자인 어머니로부터 간과 반일치 조혈모세포를 차례로 이식하는 치료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과호산구증후군은 백혈구 중 호산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간, 심장, 폐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는 희귀 질환입니다.


서울아산병원


해당 환아는 호산구가 간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간세포가 딱딱해지는 간경변증과 간부전이 발생해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의료진은 간만 이식할 경우 질환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비정상적인 호산구를 생성하는 골수의 이상이 남아 있으면 새로 이식한 간도 재손상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2024년 8월 어머니의 간을 이식한 후, 지난해 2월 동일 공여자인 어머니로부터 반일치 말초혈 조혈모세포 이식을 추가로 실시했습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과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뿌리 세포로, 간 이식 후 같은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환자의 면역 체계가 새롭게 재구성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과정에서 환자의 면역세포가 이미 이식된 장기를 '외부 장기'가 아닌 '자기 조직'으로 인식하게 되는 '면역관용' 상태가 형성되어 면역억제제 복용을 중단할 수 있게 됩니다.


성인 환자에서 간과 조혈모세포 순차 이식을 통한 면역관용 유도 사례는 일부 보고된 바 있으나, 면역 반응이 더 예민하고 합병증 위험이 높은 소아 환자, 특히 과호산구증후군과 같은 희귀 난치성 질환에서 성공한 사례는 국내 최초입니다.


환아는 2017년 과호산구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소장 천공으로 인한 장루 조성술 등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2023년에는 식도정맥류 출혈이, 2024년에는 복수 등 간부전 합병증이 발생했습니다.


간·조혈모세포 순차 이식을 거쳐 지난해 10월 면역억제제 복용을 완전히 중단했으며, 최근 시행한 간 조직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확인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환자의 혈액세포가 공여자인 어머니의 세포로 100% 대체된 '완전 공여자 키메리즘' 상태도 확인됐습니다. 이는 더 이상 비정상적인 호산구가 생성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환아의 어머니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해 식사나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았는데, 이제는 약 없이도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준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혜리 교수는 "이번 사례는 희귀 난치성 질환의 근본 치료와 이식 후 면역관용 유도를 동시에 달성한 경우"라며 "비슷한 질환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아들에게 하나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