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성추행 신고당할까봐"...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학생 보고 망설였던 남성의 사연

지하철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학생을 목격한 한 시민이 즉시 도움을 주지 못하고 망설였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시된 사연에 따르면, A씨는 당일 오전 11시 40분경 지하철 4호선 사당 방향 열차에서 대공원역 부근을 지나던 중 한 여학생이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A씨는 "남학생이었다면 바로 갔겠지만 여학생이라 선뜻 손을 대기 어려워 망설였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최근 여성이 의식불명이나 실신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남성 구조자에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불필요한 오해와 신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상황에서는 주변 여성 승객이 먼저 쓰러진 여학생에게 다가가 "괜찮으시냐?"며 수차례 의식 상태를 확인했고, 다른 시민은 119에 신고해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A씨는 "그러면서도 난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며 "한 30초 정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가가 눈동자를 보니 정신이 있는 듯하여 말을 걸었고, 가방과 옷을 벗어서 베개로 만들어 머리를 기대게 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여학생이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한 A씨는 역에서 내려 다른 여성에게 벤치로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역무원과 119가 도착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A씨는 "약속에 15분이나 늦었지만 오늘은 착한 일 하나 했다"면서도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저런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지 못하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만드는 하루였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응급 구조 상황에서조차 오해나 법적 분쟁을 우려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한 누리꾼은 "사람을 도우려 해도 괜히 의심받을까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예전에 차에서 기절한 와이프를 구해줬더니 남편이 성추행으로 고소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난다"며 구조 과정에서 신체 접촉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했습니다.


다른 누리꾼도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솔선수범하는 게 너무 마땅하고 당연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못 본 척하게 될 것 같다"며 "내가 후에 어떠한 일을 감당하게 될지 너무 두렵다"라고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정말 너무 칭찬한다", "여전히 세상은 따뜻하다", "그래도 결국 도와줘서 다행이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분실물 문제나 보호자·당사자의 오해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구조되신 분이 신고 안 하는 거로 마무리될 때까진 안심하지 마세요"라는 씁쓸한 댓글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쓰러진 사람의 다리를 갑자기 너무 높게 들어 올리게 될 경우 쇼크를 받을 수도 있다"며 "경련이나 간질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억지로 잡거나 누르지 말아야 한다"는 응급 대처법에 대한 조언도 전했습니다.


A씨는 이후 "119가 부모님과 통화했고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아 잊고 지내려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