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다시 세계 최강으로...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57kg급 우승 쾌거

부상으로 흔들렸던 감각을 완전히 되찾은 허미미가 세계 무대에서 화려한 복귀를 알렸습니다. 57㎏급 최정상 자리를 향한 그녀의 여정이 아부다비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허미미는 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진행된 국제유도연맹(IJF)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여자 57㎏급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줄리아 카르나를 누르기(오사에코미)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습니다.


결승전은 시작부터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펼쳐졌습니다. 두 선수 모두 완벽을 추구하며 그립 싸움부터 발 동작까지 세심한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Instagram 'huhmimi_57'


정규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허미미에게 지도가 선언되면서 경기 흐름이 불안해 보였지만, 이는 오히려 그녀의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장전(골든스코어)에 접어들자 허미미의 진가가 발휘되었습니다. 카르나의 균형을 서서히 무너뜨리며 공격 기회를 포착한 그녀는 그라운드 상황에서 상체를 교묘하게 틀어 올려 상대의 반격을 봉쇄했습니다. 완벽한 누르기 자세를 구사한 허미미는 카르나의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승부를 확실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우승은 허미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파리올림픽 은메달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입증했던 그녀였지만, 올해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3월 어깨 인대 수술로 인한 장기 재활 과정을 거쳤고, 실전 복귀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허미미 선수 / 뉴스1


6월 세계선수권에서의 조기 탈락은 그녀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습니다. 허미미 스스로도 "모든 것이 어긋났다"고 털어놓을 만큼 경기 감각과 체력 모두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허미미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라인-루르 세계대학대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부산 전국체전 우승까지 차근차근 경기력을 회복해 나갔습니다. 한 걸음씩 예전의 감각을 되찾아간 허미미는 마침내 아부다비에서 세계 최강들을 상대로 완전한 부활을 증명해냈습니다.


허미미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인 그녀는 특별한 가족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허석 선생은 1918년 항일 격문 배포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렀으며, 출옥 사흘 만에 순국한 독립유공자입니다.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허미미 선수 / 뉴스1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허석 선생의 후손인 허미미는 일본에서 태어났음에도 할머니의 "한국 대표로 올림픽 무대에 서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마음에 새기며 국적 변경을 결심했습니다.


2022년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이후 허미미는 오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도 선수'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이번 아부다비 우승은 단순한 메달 획득이 아닌, 세계 유도계 중심에 다시 서게 되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가장 깊은 바닥에서 다시 정상으로 올라온 허미미는 이제 세계 유도계가 주목해야 할 핵심 인물로 자리잡았습니다. 아부다비에서의 화려한 복귀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