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학생을 납치·살해한 조선족 주범 리광하오가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의해 검거된 가운데, 그의 한국 송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8일 국정원은 경찰과 합동으로 전날(27일) 오전 4시(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소재 식당에서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 살해 사건의 주범인 리광하오(리광호) 등 중국인 4명과 한국인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체포된 리씨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다양한 국제범죄에 연루된 인물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2023년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의 공동 총책이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1월 한국으로 마약 4㎏을 밀반입하다 적발돼 한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이 된 리씨는 최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스캠 범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캄보디아 보코산에서 한국인 대학생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관련 스캠 조직 인물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왔습니다. 3개월간의 추적 끝에 핵심 배후 인물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은 숨진 박씨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외국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한 목소리와 박씨에게 강제로 마약을 흡입하게 하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목소리가 모두 리씨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리씨는 언론을 통해 자신이 대학생 사망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프놈펜에서 권총을 소지한 채 은신처를 계속 옮기며 도주했습니다.
국정원은 리씨가 프놈펜 차이나타운 중식당에 자주 출현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한국인들과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일당을 일거에 검거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박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들에게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리씨 등 다수의 스캠조직에 팔려 다니며 지속적인 폭행과 마약 강제흡입 등 극심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결국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8월 8일 보코산 일대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리씨가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가 아닌 캄보디아에서 저지른 별도 사건으로 검거됐다는 것입니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현재 리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향후 수사와 재판 모두 캄보디아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앞으로도 경찰과 한 팀으로 박씨 사망에 책임 있는 모든 인물을 계속 추적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건드리면 손해라는 인식을 각인시켜 국제범죄 조직이 더 이상 한국인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