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장기 이식 거부한 아내에 '이혼 소송' 제기한 남편, 결과는?

희귀 간 질환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편이 장기 이식을 거부한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아내 B씨가 장기이식을 거부한 것이 민법상 부양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장기 기증을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혼인 파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6일 SBS '모닝와이드'를 통해 공개된 부부의 사연에서 시작됐습니다. 결혼 3년차로 어린 두 자매를 키우고 있던 이 부부는 남편이 희귀 간 질환에 걸려 시한부 1년 선고를 받으면서 예기치 못한 시련을 겪게 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간 이식이 가능한 가족을 찾던 중 아내가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아내는 자신이 '선단 공포증'을 앓고 있다며 간이식을 거부했습니다.


아내는 "주사만 봐도 겁이 나는데, 날카로운 수술용 칼을 상상하면 도저히 수술대에 누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남편은 아내에게 "간호 따위 해서 뭐해", "당신이 나 죽인 거나 다름없어", "그깟 메스가 무서워 배우자를 죽게 놔두냐" 등의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시부모 역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편이 죽어가는 걸 두 눈 뜨고 보겠다는 거냐"며 며느리를 비난했습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장기 기증인이 나타나 남편은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강을 되찾은 남편은 아내를 용서할 수 없었고, 특히 아내 지인을 통해 아내가 선단 공포증을 앓은 적이 없으며 과거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내는 "거짓말 맞다"면서도 "무서웠던 건 사실이다. 내가 수술받다 잘못되면 우리 어린 딸들은 어떡하냐"고 해명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장기이식 거부가 '악의적 유기'이자 민법상 부양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장기 기증은 신체에 대한 고도의 자기결정권에 속하는 영역"이라며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혼인 파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민법상 부부간 부양 의무는 서로 생활을 보장하라는 의미지, 생명을 걸고 희생하라는 뜻까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아내가 장기이식을 거부한 이유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현실적인 불안과 우려가 있었고, 이는 보호자로서 충분히 타당한 사유로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부부는 쌍방이 이혼에 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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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에서는 혼인 파탄의 책임 소재를 가리게 됐는데, 남편은 아내의 거짓말이 부부 간 신뢰를 해쳤다고 주장했고, 아내는 남편의 폭언과 장기이식 강요가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맞섰습니다.


2심 재판부도 아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장기 이식을 강요하고, 거부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비난하며 부부간의 신뢰를 훼손한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장샛별 변호사는 "부양 의무는 배우자에게 생명을 유지할 정도로, 또 본인과 같은 정도의 생활을 보장하라는 의미는 있어도 내 생명을 걸고 수술대에 올라가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며 "그래서 장기이식 거부를 부양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