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복지부 우려에도 "더 많이"... 尹, 500명이었던 의대 증원 2000명까지 압박

의대 증원 추진 과정 감사 결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속적인 증원 요구가 당초 500명이었던 의대 정원을 2000명까지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7일 감사원이 공개한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정부 부처가 제시한 증원안을 검토할 때마다 "더 많이"를 요구했으며, 그 결과 당초 500명이던 증원 규모가 최종 2천명까지 확대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 반발을 우려한 보건복지부의 단계적 증원 제안은 번번이 거부당했는데요. 의대 증원 논의의 출발점은 2022년 8월 19일 복지부 업무보고였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당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근무 중 뇌출혈 사망 사건 원인을 묻는 윤 전 대통령의 질문에 복지부는 "의사 수 절대 부족이 원인이므로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때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약 10개월 후인 2023년 6월 2일,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6년간 총 3천명을 늘리는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매년) 1천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이에 조 장관은 10월 6일 2025∼2027년 각각 1천명씩, 2028년 2천명을 증원해 4년간 총 5천명을 늘리는 방안을 다시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재차 지시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거듭된 지시에 따라 조 장관은 2035년 의사 수급 균형 달성을 새로운 기준으로 설정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서울대 등의 연구를 토대로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미래가 아니라) 현재 부족한 의사 수도 포함하라"고 요구해 추계 규모가 1만명에서 1만5천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후 정책실장이 된 이 수석은 조 장관에게 '2천명 일괄 증원 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조 장관은 2023년 12월 27일 윤 전 대통령에게 단계적 증원안과 2천명 일괄 증원안 두 가지를 보고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단계적 증원안은 2년간 900명씩 증원한 뒤 2027∼2029년 2천명씩 늘려 총 7천800명을 확충하는 내용이었고, 일괄 증원안은 2025∼2029년 매년 2천명씩 총 1만명을 증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조 장관은 의료계 반발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단계적 증원안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어차피 의사단체의 반발은 있을 것이고, 2027년 추가 증원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다시 초래될 것"이라며 명시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괄 증원안과 관련해 의사단체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더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이후 조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전략회의에서 일괄 증원안 중 2025년에만 300명을 줄인 1천700명을 증원하고 추후 지역 의대가 신설되는 시기에 맞춰 300명을 추가 증원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비서실장은 이 자리에서 다시 2천명 일괄 증원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당시 비서실장도 이관섭 실장이었습니다.


조 장관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모두 단계적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판단해 일괄 증원안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 심의를 거쳐 2024년 2월 발표했습니다. 이는 2024년을 뒤흔든 의정 갈등과 의료 대란의 시작이었습니다.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