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서 고립된 사람을 구하려다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의 사망 사고를 둘러싸고 당시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실이 검찰로부터 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이광진 전 인천해경서장은 이 경사 실종 당시 영흥파출소 팀장 A 경위로부터 '2인 1조 순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중요한 사실을 보고받았습니다.
이 전 서장은 인명 사고와 직결된 근무 규정 위반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해경의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뤄지고, 경무관 승진을 앞둔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전 서장은 교묘한 논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경사가 드론업체 직원의 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사실을 근거로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 아니라 '확인차' 출동한 것이어서 2인 순찰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전 서장은 여론 조작에도 나섰습니다. 이 경사가 구명조끼를 고립자에게 벗어주던 희생적인 장면만 부각해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인천해경서 홍보계장에게 해당 영상을 편집해 언론에 배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이 경사가 홀로 출동한 상황을 지적하는 보도가 계속되자, 이 전 서장은 홍보계장에게 '설명자료를 준비하라'고 추가 지시했습니다.
당시 홍보계장은 "규칙을 따르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해야 한다"며 "확인차 나간 것일 뿐 구조 신고가 들어와 나간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장난이 될 수 있어 확실히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 서장은 "홍보계장이 오히려 말장난하는 것 같다"며 의견을 묵살하고, 홍보계장이 작성한 설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은폐 작업은 조직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이 전 서장은 영흥파출소 소속 직원들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A 경위에게 전화해 "부정적인 말은 절대 쓰면 안 되고 직원들 입단속을 잘 시켜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유족에 대한 압박이었습니다. 이 전 서장은 이 경사 유족에게 "언론사들이 붙을 거니까 거리를 두고 이 경사 이야기를 아껴줬으면 좋겠다"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언론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전 서장은 당시 영흥파출소장에게도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함구령을 내렸고, 파출소장은 직원들을 불러 해경 비위 사실을 외부에 말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천지검 해경 순직 사건 수사팀은 이러한 조직적 은폐 시도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 혐의로 이 전 서장과 전 영흥파출소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들의 첫 재판은 다음 달 8일 오전 9시 50분 인천지법 320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 직무유기, 공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영흥파출소 전 팀장 A 경위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됩니다.
한편, 이재석 경사는 지난 9월 11일 오전 2시 7분께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받고 홀로 출동했다가 실종됐으며,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