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한국, 항생제 사용량 OECD 2위... "2030년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 3만2천명 달할 것"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 2위를 기록하며 항생제 내성균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KBS 보도에 따르면 하루 천 명당 약 32명이 항생제를 처방받는 상황에서 2030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2천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항생제는 폐렴이나 인후염 같은 세균 감염 질환을 치료하는 의약품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약효가 떨어지는 내성균이 증가하고 있어 작은 상처로 생긴 염증에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로 군 복무 중 허리디스크 파열로 큰 수술을 받은 30대 남성은 치료 과정에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한 후 내성이 생겨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는 "아무리 약을 계속 먹어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통증이 생기고 계속 고름이 생기고 염증이 계속 생겼다"고 증언했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내성이 생기면 더 강한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이마저도 듣지 않는 '슈퍼 세균'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내성균인 CRE 감염증은 지난해 4만2천여 건으로 6년 만에 3.5배 증가했습니다. 이 감염증은 요로감염이나 폐렴, 패혈증 등으로 진행되며 사망률이 높아 특히 위험합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부적절한 처방에 있습니다. 의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21%가 "항생제가 필요 없는데 처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환자의 요구나 증상 악화 우려 때문이라고 답한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입니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항생제가 전혀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병원들은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관리 전담 약사는 "항생제 사용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항생제 장기 투여를 하는 환자들, 항생제의 병합을 불필요하게 하는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항생제를 받아가셔야지 '아 나 그냥 몸이 안 좋아요. 항생제 먹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요구하시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만 항생제를 처방하고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음 달 중에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