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특검, 해병 순직 2년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 "VIP 격노 실체 확인"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해온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지난 7월 수사를 시작한 지 142일 만에 내린 결론입니다.


지난 21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총 1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공용서류무효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중앙지법에 공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기소된 인물들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전 대변인, 허태근 전 정책실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균혜 전 기획관리관, 조직총괄담당관 이모 씨가 포함됐습니다.


특검팀이 밝힌 사건의 핵심은 2023년 7월 3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윤 전 대통령이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것이 시발점이었습니다.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로 포함된 수사 결과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의 일반적 지휘권을 넘어 특정 사건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려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통수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를 완전히 넘은 행위라는 것이 특검팀의 결론입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 뉴스1


이후 일련의 조치들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에게 수사기록 이첩 보류라는 위법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조태용 전 실장을 통해 사건기록 회수를, 신범철 전 차관을 통해 박 대령에 대한 선보직해임과 항명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박정훈 대령이 이러한 지시에 불응하고 경북경찰청에 기록 이첩을 시도하자 조직적인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김계환 전 사령관의 선보직해임, 김동혁 전 단장의 항명 수사, 유균혜 전 관리관의 기록 회수, 국방부조사본부 이관 후 박진희 전 보좌관 주도의 수사결과 변경 등이 연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국방부조사본부는 5차례에 걸쳐 수사 결과를 재검토하면서 임성근 전 사단장 등 간부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은 "현장 통제 간부의 트라우마를 우려해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특검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박정훈 대령 / 뉴스1


특검팀은 약 2년 동안 은폐돼 온 'VIP 격노'의 실체를 130여 차례 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민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일련의 직권남용 행위의 정점에 있다"며 "단순히 수사결과에 대해 1회 의견을 낸 것이 아니라 적법하게 이첩된 기록을 회수해오라는 지시를 하는 등 통수권자 재량의 한계를 완전히 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소된 인물들에게는 다양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과 김동혁 전 단장은 공소권을 남용해 박정훈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기소하고, 수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윤 전 대통령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한 박 대령에 대한 부당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7시간 가까이 감금한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은 국방부 홈페이지에 허위 사실이 담긴 보도자료를 업로드하고 국회에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허위 답변서를 제공한 공전자기록 위작 및 동행사 혐의도 받습니다.


이 전 장관과 전하규 전 대변인, 허태근 전 실장, 박진희 전 보좌관, 김계환 전 사령관은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서 허위 진술한 모해위증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한편 일부 인물들은 수사 과정에서 조력한 점을 인정받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검팀은 "범죄 규명에 조력한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특검팀은 이종섭 전 장관 등 핵심 수사외압 혐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법정에서 범죄 사실 입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앞으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 각 범행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검팀은 "군의 사건 은폐 문제를 시정하고자 한 개정 군사법원법의 목적을 도외시하고 개정법에 정면으로 반해 22일간 기록을 묵히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또다시 사건을 은폐한 위법한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