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최초로 유튜브 채널에 고정 출연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17일 경남 양산 사저 인근 '평산책방'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첫 방송에서 문 전 대통령은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을 담은 시집을 소개하며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진행을 맡은 이번 방송은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의 '겸손방송국'이 제작해 공개 직후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상은 평산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으로 시작되며, 탁 교수는 "원래 여기까지 시위대와 유튜버들이 잔뜩 있었다. 그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니까 제법 조용한 마을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반팔 차림으로 등장한 문 전 대통령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해바라기를 다듬는 등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친근한 이미지를 연출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첫 회에서 선택한 도서는 평산책방에서 직접 출간한 청소년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습니다. 이 시집은 경남 지역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생활하는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쓴 시를 모은 작품집입니다.
청소년회복센터는 소년재판을 받은 청소년들이 최대 6개월간 머무르며 재활하는 대안 가정 역할을 하는 시설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표제시 '가만히'를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눈은 떠졌고 숨은 쉬어졌고 그게 다다"라는 짧은 구절로 이뤄진 이 시에 대해 아이가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응축한 작품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또한 우리나라 최초 청소년 시집으로 알려진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과 창원지법 소년부 류기인 부장판사와 청소년회복센터 구성원들이 함께 엮은 산문집 '네 곁에 있어줄게'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같은 영상에는 '첫 여름, 완주'로 유명한 김금희 작가도 출연했습니다. 김 작가는 평산책방을 직접 방문해본 적이 없다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문 전 대통령의) 정수리만 봤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탁 교수는 "두 분이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직접 전화를 해서라도 평산에서 뵐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향후 만남을 예고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특정 유튜브 채널에 고정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존 전직 대통령들은 고령이나 형사 재판,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공식 인터뷰나 행사 중심의 제한적 소통에만 참여해왔습니다.
유튜브 출연 역시 방송사 채널이나 타인의 콘텐츠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