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21명 사상' 부천 트럭 돌진 사고 운전자, '심신미약' 주장할까... 진술 번복 배경은?

부천 제일시장에서 트럭 돌진 사고로 21명의 사상자를 낸 60대 운전자가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이 있습니다.


사고 당일에는 자신이 앓고 있는 뇌 질환이 운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했던 운전자가 구속 심사에서는 질환이 심각했다고 주장을 바꾼 것입니다.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으로 돌진사고를 낸 60대 운전자 A씨가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15 / 뉴스1


지난 1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A씨(67)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취재진에게 "제가 모야모야병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모야모야병'은 뇌로 가는 주요 혈관(특히 내경동맥)이 점점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뇌가 산소와 혈액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질환으로, 뇌출혈·마비·감각 이상·발작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뇌질환으로 약물 치료 중이었으나 최근 가게 일로 바빠 치료하지 못하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A씨는 사고 당일인 13일 경찰 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답변을 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모야모야병과 관련한 질문에 "운전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며 "의사나 약사로부터 '운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현장 / 뉴스1(경기 부천소방서)


이틀 만에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A씨가 향후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을 주장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형법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경우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사물 변별 능력 등이 미약한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


반면 A씨가 경찰 조사 당시에는 불이익을 우려해 지병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경찰 조사 시점이 21명 사상이라는 큰 인명피해를 초래한 당일이다 보니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진술이 바뀐 이유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피의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경찰이)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13일 경기 부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A 씨가 몰던 1톤 트럭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 관계자들이 피해입은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5.11.13 / 뉴스1앞서 지난 13일 오전 10시 54분쯤 A씨는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1t 트럭으로 돌진 사고를 내 60∼70대 여성 2명을 숨지게 하고 10∼70대 남녀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A씨 트럭은 사고 직전 1∼2m 후진했다가 132m를 질주하면서 피해자들과 시장 매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차량내 페달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A씨가 브레이크 페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페달 블랙박스는 A씨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직접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따라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도로교통공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트럭의 사고기록장치 분석을 의뢰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