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가운데, 핵심 피고인들이 소유한 강남구 부동산의 시세가 4년여 사이 100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영학 회계사의 가족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은 2021년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의 377.5㎡(약 114평) 토지를 173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앞서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에 투자해 2019년부터 644억원을 배당받은 바 있습니다.
김모씨가 매입한 해당 토지에 세워진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 빌딩의 현재 시세를 인근 부동산 3곳에 문의한 결과 최소 285억원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매체에 "가로수길 명성이 예전 같지 않지만 해당 건물은 입지가 워낙 좋아 평당 2억5000만원은 너끈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1007억원을 배당받은 남욱 변호사도 2021년 4월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1239.5㎡(약 375평) 토지를 법인 명의로 30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주유소가 있던 이 부지는 새 빌딩 건설을 위한 해체 작업이 진행됐지만,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후 신축 공사가 중단됐다고 합니다.
현재 구로세무서에 압류된 이 부지는 유료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인근 비슷한 규모 건물이 400억원에 팔렸으니 땅값만 해도 최소 그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이번 1심 판결에서 각각 징역 5년과 4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추징금은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부당하게 벌어들인 이익 7814억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대장동 민간업자 중 김만배씨가 유동규씨에게 지급을 약속한 428억원만 추징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초 검찰은 1심에서 남 변호사 1011억원, 정 회계사 647억원의 추징액을 정했지만 항소심에서 이에 대해 다툴 여지가 사라졌습니다. 검사가 항소를 포기할 시,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에서 선고된 형량보다 무거운 형을 2심에서 선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범죄수익 환수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환수하면 된다는 겁니다.
지난 10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며 민사소송에서 부당이익이 입증돼 범위가 명확히 판단되면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사소송을 통한 이익 환수가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진행 중인 민사소송이 변론조차 열리지 않은 것과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중단된 점을 지적하며 "공사가 대장동 관련 형사소송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심히 곤란하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