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023년 3월 명성황후의 처소인 건청궁과 전승공예품 은행에서 빌려간 전통 공예품 40여 점이 모두 한남동 관저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부 공예품은 훼손돼 대통령실이 변상금 300만 원을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교흥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이 2023년 3월 14일 건청궁에서 주칠함, 보안, 백동 촛대 등 전시 공예품 9점을 '대통령실 주최 국가 주요 행사용 물품 전시'를 명목으로 대여했으나, 실제로는 이 공예품들이 대통령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로 운반된 사실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같은 달 전승공예품 은행에서도 갓, 노리개, 주칠함, 월야선유도 등 32점을 추가로 빌려왔으며, 이 역시 관저로 옮겨졌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40점이 넘는 공예품이 관저로 들어간 것입니다.
JTBC의 취재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가 공예품들을 관저 입구 하얀 단층 건물까지 운반하면, 그 이후는 관저 직원이 내부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반환 과정에서 일부 공예품이 훼손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목심저피사주함이 훼손됐고, 다완은 깨진 채 돌아와 대통령실이 변상금 300만 원을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관리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매년 1회 관리현황을 국가유산청장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대통령실은 이때 제출해야 하는 3개월 내 촬영한 사진을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공예품 대여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건청궁 방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3월 5일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사전 연락 없이 경복궁을 방문해 일반인의 내부 관람이 제한된 건청궁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명성황후 침전인 곤녕합에서 단둘이 10분가량 머물렀습니다.
다음 날인 3월 6일 대통령비서실 관계자가 국가유산청에 "건청궁의 공예품을 빌릴 수 있냐"고 문의했고, 8일 뒤인 3월 14일 실제로 공예품 9점을 가져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관저로 옮겨진 공예품들은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인 올해 4월 15일에야 반환됐습니다.
김건희 씨 측 변호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SNS를 통해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모두 국빈·외빈 접견 등 공식 외교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며 "하얀 단층 건물은 관저 내 행사를 위한 업무동"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해당 물품들이 마치 개인 소장품처럼 임의로 좌지우지되었다는 뉘앙스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김교흥 위원장은 "건청궁 전시품과 공예품을 관저 어디에 뒀고, 무엇을 했는지 반드시 국민께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