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4명에 새 삶 주고 떠난 영화감독 김창민... 父 "이제야 네 작품들 나오는데" 가슴 먹먹

영화감독 김창민 씨가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의 생명을 구한 가운데, 그의 평소 기증 의지가 가족들에 의해 공개되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창민 씨가 생전에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자주 표현했다고 전했습니다. 


가족들은 김 씨가 마지막 가는 길에서 선한 일을 하며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창민 씨는 10월 20일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가 이달 7일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 간장, 양측 신장을 기증하여 4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사했습니다.


가족들은 김 씨의 회복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결국 평소 김 씨가 "기증을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며 기증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창민 씨는 영화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감독입니다. 2016년 '그 누구의 딸'을 연출하여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구의역 3번 출구'를 선보였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그 누구의 딸'은 성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딸이 사회의 시선을 피해 이사를 다니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또한 김 씨는 '대장 김창수'(2017), '마녀'·'마약왕'(2018),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 '소방관'(2024)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작화팀으로 참여하며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았습니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씨는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영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 분야에 뛰어들어 작화팀, 각본, 연출 등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왔습니다.


김 씨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영화를 매개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함께 이야기하고 위로하고자 했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습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아, 영화로 네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고, 이제야 너의 작품들이 세상이 나오게 됐는데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떠나는구나"라며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그는 "너의 이름으로 영화제를 만들어 하늘에서라도 볼 수 있게 할 테니, 하늘에서는 편하게 잘 지내렴. 사랑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창민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이야기하고자 했던 김창민 님이 삶의 끝에서 나눈 사랑은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되어 누군가의 시작이 됐다"며 "김창민 님의 생명나눔 실천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