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150만원 빌려 이자 3천만원 갚았는데 아직도 3천만원 남았다... 젊은 의사의 삶 삼킨 불법 대부업

30대 의사가 150만원 소액 대출을 받았다가 1년 만에 3000만원 넘는 이자를 지불하고도 고금리 불법 대부업체의 협박과 추심에 시달려 병원을 폐업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의사 A씨는 병원 운영 자금이 부족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본 대출 광고를 통해 150만원을 빌렸습니다.


"소액 대출은 신용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것이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1년 만에 A씨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원금 150만원에 3000만원이 넘는 이자를 지불했음에도 여전히 3000만원의 빚이 남아있는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전 재산이 투입된 병원 문을 닫고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불법 대부업체의 수법은 치밀했습니다. 


비대면으로 간단하게 대출을 진행하면서 개인정보와 통장 거래내역, 지인 담보 동영상, 포털사이트 클라우드 연락처 등만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연체가 시작되자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한 주에 원금과 원금의 100%에 달하는 이자를 요구했습니다. 연체 시에는 하루마다 원금의 40%를 추가 이자로 부과했습니다. 이는 법정 최고금리 20%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입니다.


대부업체의 협박문자 / 경기남부경찰청


협박의 수위도 날로 높아졌습니다. "당신 얼굴이 포털사이트에 나와 있던데"라며 의사 가운을 입은 A씨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흉기로 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하고,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겠다고 압박했습니다.


병원에는 추적이 불가능한 인터넷 해외전화로 협박 전화를 걸었고, 전화번호를 바꿔도 계속 찾아내 괴롭혔습니다.


심지어 병원 납품업체와 A씨 어머니가 운영하는 약국까지 표적으로 삼아 협박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9차례에 걸쳐 총 2150만원을 빌렸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때문에 빚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편지 / 경기남부경찰청


A씨는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루 200만원이 넘는 연체 이자에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고, 협박이 무서워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1일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불법 사금융업 조직 총책 배모씨 등 13명을 검거해 이 중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포통장을 제공하고 자금세탁을 도운 16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수사 결과 배씨 일당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용인시에 대부업 사무실을 운영하며 553명을 상대로 소액 대출을 해주고 연 238%에서 최대 7만3000%의 고금리로 18억원을 수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 중에는 채무 사실이 예비 신부 처가에 알려져 파혼에 이른 30대 남성도 있었습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추심 문자가 발송되면서 해고당한 후 3번의 자살 시도를 한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SNS에 올라간 피해자 사진 / 경기남부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거나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비대면 대부업체는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일 가능성이 높으니 소액이라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또한 "불법 채권추심으로 피해를 봤을 경우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통해 대부계약 무효화 소송 지원 등 구제를 받을 수 있으니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청하기 바란다"고 안내했습니다.